올 시즌 5할에 육박하는 초현실적 BABIP를 기록하고 있는 David Wright(3B, NY Mets)


마침 김형준 기자님 블로그에 BABIP 이야기가 올라오기도 했고, 이전에 이 블로그에 "FIP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쓰면서 나중에 BABIP에 대해 따로 써 보겠다고 한 적도 있는 만큼, 오늘은 BABIP에 대해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BABIP란 무엇인가?

The Hardball Times의 설명을 보자.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This is a measure of the number of batted balls that safely fall in for a hit (not including home runs). The exact formula we use is (H-HR)/(AB-K-HR+SF) This is similar to DER, but from the batter's perspective."


즉... "Balls in Play" 된 경우 중에서만 계산한 타율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Balls in Play"라는 것은 타자가 친 공이 페어 영역(fair territory) 안에 떨어지는 경우만을 뜻한다. 페어 영역에는 관중석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BABIP를 계산할 때에는 홈런을 제외해야 한다. HBP, 즉 몸에 맞는 공 같은 것도 역시 제외된다.

위의 공식을 보면 좀 더 의미가 분명해지는데, 먼저 분모를 보면 AB-K-HR+SF 로 되어 있다. 즉 일반적인 At Bat(타수)에서 삼진과 홈런을 제외하고, 희생타를 더한 것이다. 삼진과 홈런은 페어 영역에 공이 떨어진 경우가 아니므로 제외하게 되며, 희생타는 페어 영역에 떨어지는 공임에도 불구하고 타수를 산출할 때 제외되므로 분모에 더해 줌으로써 보정을 해 주는 것이다.

분자는 H-HR 로 전체 안타 갯수에서 홈런을 뺀 것인데, 분모에서 홈런을 뺐으므로 분자에서도 똑같이 빼 주어야 올바른 계산이 된다. 삼진이나 희생타는 애초에 "안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분자에서는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다.


이 BABIP는 주로 개개인의 성적에 "운"이 얼마나 개입되는지의 척도로 많이 사용된다. 통계적으로 메이저리그 평균 BABIP는 .300 근처로 나타나고 있는데, 투수와 타자의 경우가 좀 다르다. 먼저 투수를 보면...

[자료출처 : Fangraphs]

- Career BABIP -
Tim Wakefield .281
Tom Glavine .286
Jamie Moyer .291
Jason Isringhausen .291
Paul Byrd .293
Brandon Webb .294
박찬호 .296
Mike Mussina .299
CC Sabathia .295
Jeff Suppan .300
Chuck Finley .301
Randy Johnson .302
Curt Schilling .304
Chris Carpenter .304
Cliff Lee .304
Ben Sheets .306
Bob Wickman .306
Kyle Farnsworth .307
Livan Hernandez .310
Brad Lidge .325

(주: 특별한 기준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찍어서 조사해 본 결과이다. 좋은 선발투수, 보통 선발투수, 구원투수, 은퇴한 투수 등 최대한 다양하게 섞어 보려고 했고, 통계의 신뢰성은 샘플이 커질 수록 높아지므로 되도록 투구수가 많은 베테랑들 위주로 골라 보았다.)

위의 결과를 보면 투수들의 BABIP는 대략 .290대와 .300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타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 Career BABIP -

Mark McGwire .260
Rod barajas .265
Jose Uribe .274
Orlando Carbrera .287
Barry Bonds .288
Adam Dunn .290
Rich Aurilia .298
Miguel Tejada .300
David Ortiz .307
Frank Thomas .310
Frank Catalanotto .317
Juan Pierre .319
Albert Pujols .321
Vladimir Guerrero .322
Julio Franco .337
Todd Helton .341
Ichiro Suzuki .357
Derek Jeter .360

역시 되도록 오래 선수생활을 한 타자들 중에서 생각나는 대로 아무나 찍어서 확인한 결과인데... 투수들의 BABIP 분포에 비해 두드러지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THT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e use BABIP to evaluate both pitchers and hitters, but the way in which we use it differs greatly among the two. Most pitchers regress toward the league average BABIP of around .300 or .305. Very few pitchers can repeatedly do better or worse than this, so we say that pitchers have very little control over BABIP.

Hitters, on the other hand, can have a substantial amount of control over BABIP.
Ichiro Suzuki, for example, has a .356 career BABIP. Hitters do not regress toward league average, rather, they each regress toward their own, unique number."

위의 인용문에서, "타자들은 리그 평균에 수렴하기 보다는 각자 자신만의 고유의 숫자로 수렴한다"는 마지막 문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BABIP는 그 정의상 타자의 타격 스타일과 수비수들의 수비 능력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으며, 투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이것은 수비의 영향을 배제한 대표적인 투수 평가 지표인 FIP가 "볼넷, 삼진, 홈런, 몸에 맞는 공" 으로만 계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다. FIP의 계산에 쓰이는 지표들이 BABIP의 계산에서는 모두 배제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FIP에 대해서는 이전 글 참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투수가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록 다양한 스타일의 타자를 두루 상대하게 되며, 수비수들의 실력도 좋은 해도 있고 나쁜 해도 있을 것이므로, 시간이 계속 흐르면 결국 투수들의 BABIP는 평균값에 가까워지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타자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타자 A와 B의 컨택 능력이 똑같고, 게다가 같은 비율로 내야 땅볼을 치고 있다고 하면, 이 내야 땅볼 중 얼마만큼의 비율이 내야 안타가 되는가는 순전히 A와 B의 달리기 실력 차이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투수의 경우와 달리, 시간이 많이 흐른다고 해서 평균에 수렴하는 종류도 아니고, 심지어 노력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즉 Mike Lowell같이 느린 플레이어가 매일 저녁마다 달리기 훈련을 한다고 해서, 5년쯤 지나면 Ichiro를 능가하는 스피드를 가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이다.

BABIP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달리기 실력 이외에도 많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격을 하는 타자는 아무래도 BABIP에서 손해를 보기가 쉽다. 일단 필드 전체 중에서 공이 떨어지는 범위가 좁고, 또 상대팀이 거기에 맞춰 defensive shift를 하므로 그만큼 안타 발생의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Carlos Delgado로, 그는 보통 때 BABIP가 .284이지만 상대팀이 defensive shift를 하게 되면 BABIP가 .191로 엄청나게 떨어져 버린다. 이정도로 큰 차이라면 상대팀은 매 타석마다 무조건 수비 위치를 옮겨야 할 것이다.

THT의 Chris Dutton은 BABIP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HR/FB(플라이볼 대비 홈런 비율), IF/FB(플라이볼 대비 내야플라이 비율), LD%(라인드라이브 비율), GB/FB(플라이볼 대비 그라운드볼 비율), 스피드, 왼손 타자 여부, 타격시 컨택 비율, 타격시 공이 날아가는 범위" 등을 꼽고 있으며, 이 변수들이 구체적으로 각각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중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타자들은 투수들에 비해 플레이어 별로 개성적인 BABIP를 가지고 있으므로, 리그 평균인 .300과 비교하기 보다는 각자의 커리어 통산 BABIP를 가지고 비교하는 것이 유용하리라는 것이다. 좀 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xBABIP라는 스탯이 또 있지만, 이것은 바로 위에 링크된 Chris Dutton의 글에 나오다시피 아직 개량중이며, 계산식도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자.. 그럼... 이러한 BABIP를 어떤 경우에 활용할 수 있을까?

가장 쉽고 흔한 예는 역시 해당 플레이어의 현재 기록에 얼마나 "운"이 개입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어느 타자 A가 자신의 커리어 평균과 비교하여 유난히 BABIP 값이 높다면, A가 친 공은 운좋게도 수비수가 없는 곳만 골라서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어느 투수 B의 BABIP 값이 유난히 높다면, 타자의 경우와는 반대로 운이 나쁘게도 같은 팀 수비수들이 상대 타자들의 타구를 평소보다 잘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김형준 기자님 블로그에 언급된 David Wright의 올 시즌 타격 성적을 분석해 보자.

225 AB, 82 H, 4 HR, 60 K, 1 SF
현재 타율 .364로 완전 날아다니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홈런이 4개밖에 안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위의 BABIP 공식에 따라 계산해 보면,
(82-4)/(225-60-4+1) = .481


Fangraphs에서는 .484로 계산이 되어 있는데, 아마도 SF 숫자를 빼지 않은게 아닌가 싶다. THT에서는 .481로 계산이 되어 있는데, THT 쪽의 계산이 맞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David Wright의 커리어 통산 BABIP는 .352 이므로... 만약 Wright의 BABIP가 .481 대신 .352 였다면 올 시즌 타율이 어떻게 될까?

위의 공식을 변형하면 안타 수는 이렇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H = BABIP*(AB-HR-K+SF) + HR

이렇게 해서 얻은 예상 안타 수는 61개. 이를 225 타수로 나누면 타율은 .271로 뚝 떨어진다. 즉, 올 시즌 David Wright는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거의 1할 가까운 타율 상승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올 시즌 Wright의 HR/FB(홈런/플라이볼) 비율은 6.3%에 불과하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커리어 통산 HR/FB 비율은 14.5%이고, 이정도로 큰 차이가 나타날 특별한 이유가 없으므로... 여기에는 반대로 "나쁜 운"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메츠의 홈구장 Citi Field의 홈런 Park Factor가 1.151로 홈런이 평균보다 많이 나오는 구장임을 감안하면, 더욱 더 "운이 따르지 않아 홈런이 줄어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럼 이를 반영하여 예상 타율을 보정해 보자. 6.3% 대신 14.5%의 HR/FB 비율을 적용하면 David Wright의 "정상적인" 홈런 갯수는 9개가 된다. 홈런 갯수를 9개로 바꾸고 BABIP가 커리어 통산과 동일한 .352가 되도록 안타 값을 다시 계산하면 안타 수는 64개가 된다. 이렇게 해서 얻게 되는 최종 타율은 .284이다. 여전히 현재 타율  .364에 비하면 8푼이나 낮은 수치이다. Wright의 높은 타율은 이렇게 엄청난 행운의 결과인 것이다.

.284의 조정 타율은 Wright의 커리어 평균 타율인 .313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인데... 이것은 아마도 올 시즌 유난히 삼진을 많이 당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라인드라이브 비율 같은 다른 중요 수치들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는데, 올 시즌 타수당 삼진 비율은 26.7%로 커리어 통산 19.4%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삼진을 많이 먹으면 타율이 떨어지는 것은 원래 당연한 것인데, 이를 아주 높은 BABIP라는 더 큰 운빨로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왜 삼진이 많은 것일까? 2009년 그의 Z-Swing(스트라이크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비율)은 커리어 통산 대비 1% 줄어들었으며, Contact Rate(방망이를 공에 맞추는 비율)도 커리어 통산 대비 2.3% 줄어들었다. 즉 루킹 스트라이크도 늘었고 스윙 스트라이크도 늘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면 당연히 삼진이 늘어날 수밖에...

종합해 보면, David Wright는 현재 비정상적으로 높은 BABIP에 의해 많은 덕을 보고 있으며, 홈런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불운이 따르고 있다. 이러한 "운"은 타자가 스스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장타율을 걱정한다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삼진을 덜 당하는 쪽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BABIP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가더라도 좋은 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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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BABIP를 이용한 흥미로운 다른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Fangraphs의 Dave Cameron은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4년 간의 메이저리그 전체 데이터를 가지고 홈팀 투수들과 원정팀 투수들의 평균 BABIP에 대한 계산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나타났다.

(클릭하시면 크게 나옵니다)


원정팀과 홈팀 사이에 일정한 수준으로 계속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4년 평균값을 비교해보면 원정팀 투수들의 BABIP가 홈팀 투수들보다 0.007 더 높다. 즉 원정팀 투수들이 안타를 조금씩 더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BABIP 0.007의 차이는 보는 시각에 따라 작은 것일 수도 있고 큰 것일 수도 있지만, 위의 그래프처럼 꾸준하게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홈 어드밴티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아주 유력한 증거이다...!!!

Posted by FreeRedbird
:
Jarrett Hoffpauir(2B)
Memphis Redbirds(AAA)
R/R, 5-9, 175 lb




Jarrett Hoffpauir는 Walt Jocketty 시절의 별로 좋지 않았던 드래프트들 중에서도 특히 허접하기로 악명 높은 2004년 드래프트의 몇 안되는 생존자이다. (앞의 링크를 눌러 명단을 보기 바란다. Cards 팬이라면 한숨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6라운드에 지명되어 계약금으로 11만 달러를 받고 입단하였다.

그동안의 성적을 보면...
(자료 : The Baseball Cube)

Year

Team

Lg

Age

Lv

G

AB

R

H

2B

3B

HR

RBI

BB

SO

AVG

OBP

SLG

OPS

2004

NJ

NYPL

21

A-

9

36

8

13

3

0

3

6

3

2

.361

.410

.694

1104

 

PEO

Midw

21

A

62

231

34

62

20

1

5

30

29

21

.268

.363

.429

792

2005

QUA

Midw

22

A

61

227

27

71

16

1

2

28

21

14

.313

.376

.419

795

 

PAL

FSL

22

A+

63

226

23

58

10

1

0

19

32

26

.257

.346

.310

656

2006

SPR

Tex

23

AA

119

393

55

98

20

1

7

46

54

41

.249

.345

.359

704

2007

SPR

Tex

24

AA

61

203

23

70

16

0

7

33

26

18

.345

.420

.527

947

 

MEM

PCL

24

AAA

55

190

27

57

10

0

4

24

29

21

.300

.394

.416

810

2008

MEM

PCL

25

AAA

121

410

48

112

31

1

4

45

49

45

.273

.352

.383

735

2009

MEM

PCL

26

AAA

48

163

22

45

6

0

8

27

15

13

.276

.341

.460

801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599게임에서 .282/.364/.408로 OPS는 772 이다. 이 정도면 middle infielder로는 준수한 성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삼진을 당하지 않는 능력인데... 6년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항상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통틀어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선수는 흔치 않다. 또한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허슬플레이어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의 스타 2루수 중 한 명인 Orlando Hudson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571게임 .287/.354/.433(OPS 787) 이었다. OPS 772와 787이면 그럭저럭 비슷하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Orlando Hudson과 비교될 정도면 A급 2루 유망주이겠지만... 실제로는 Hoffpauir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Birdhouse 선정 Cardinals TOP 40 유망주 리스트에서, Hoffpauir는 2006년에 33위, 2008년에 14위에 올랐을 뿐이며, 올해에는 리스트에 들지도 못했다. 그가 뛰어난 유망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2루수로서 수비가 그저 그렇다는 것, 그리고 장타력이 떨어진다는 것(2007년 AA에서 .527의 장타율을 기록한 것은 뽀록으로 보는 것이 대세이다)이다.

마이너리그의 수비에 대해서는 참고할 수 있는 스탯이 많지 않으나... 다행히 Sean Smith의 TotalZone 데이터를 공짜로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Minorleaguesplits) 이 사이트에서 Hoffpauir의 수비력을 보면, 2008년 AAA에서 그의 2루 수비는 대략 150게임으로 환산시 -15 Runs 였다. 수비만으로 1.5승 정도를 까먹는 것이다. OTL...

* 참고 : TotalZone은 UZR과 괜찮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즉, 쓸 만한 스탯이라는 이야기이다.

Hoffpauir는 2007년의 "대폭발" 이후 그해 겨울에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었다. 그리고나서 1년 반이 흘렀고, 어느새 그의 나이도 26세가 되었지만 아직도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적이 없다. 그 사이에 저니맨 middle infielder인 Joe Thurston이나 Brian Barden, 2006년에 드래프트된 Tyler Greene 등이 모두 메이저리거가 되었고, 2008년에 메이저리그에서 고작 596 OPS를 기록한 Brendan Ryan도 여전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있지만, 그는 아직도 기약없이 메이저리그 승격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인물이 한 사람 있다. 바로 Bo Hart이다.



Bo Hart : 허슬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Bo Hart는 1999년 33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하였고, 2003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였다. 당시 Cardinals의 주전 2루수는 Fernando Vina였으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였다.

2003년 Cardinals의 AAA 팀인 Memphis에는 유망주라고 부를 만한 플레이어가 거의 없었다. 내야진을 구성하고 있던 선수들은 1루에 John Gall(국내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존갈이다), 3루에 Scott Seabol(역시 국내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에서 뛴 적 있는 그 시볼이다. 이미 당시 28세였다.) 이 주전으로 출장 중이었고, 2루와 유격수는 Bo Hart, Marty Malloy, Jason Bowers, Wilson Delgado 등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외야에도 역시 Jon Nunnally 같은 30대 저니맨들이 주전으로 기용되었다. 백번 양보해서 당시 25세의 존갈, 26세의 Bo Hart만 "유망주"축에 들 수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매년 구단을 바꾸는 저니맨들 뿐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Walt Jocketty 단장 시절의 드래프트는 특히 2000년대 초반 들어 AAA팀조차 제대로 꾸릴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존갈(왼쪽)과 시볼. 2003년 AAA Memphis Redbirds의 스타플레이어들(?)이었다. 공교롭게도 2006년에 둘 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다.


Vina의 전력 이탈 후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구단은 별 수 없이 Bo Hart를 메이저리그 로스터로 승격시켰다. 그해 절반동안 Bo Hart는 .277/.317/.395의 평범한 성적을 거뒀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와 좋은 수비로 어쨌든 2루 주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04년에는 .154/.214/.154의 참담한 성적을 남기고 결국 팀에서 방출되었다. 지금은 인디 리그에서 뛰고 있는 모양이다.

Bo Hart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263/.337/.396(OPS 733)으로 Jarrett Hoffpauir보다 떨어진다. 특히 선구안 쪽에서 많이 떨어지며, 컨택 능력도 부족하다. 다만 수비 면에서는 Bo Hart가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므로, 다 합치면 결국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Bo Hart와 Jarrett Hoffpauir 모두 둘 다 170cm대 초반으로 야구선수로는 단신지만, 남보다 열심히 뛰는 것으로 단점을 커버해 왔다. 이런 단신 허슬플레이어들은 성적과 상관없이 fan favorite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Hart와 Hoffpauir 모두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비슷한 두 선수이지만 그들의 커리어는 많이 다르다. Bo Hart는 AAA에 올라온지 반 년 만에 메이저리거가 되어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했던 데 반해, Hoffpauir는 1년 반이 되도록 기약없이 AAA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로스터 구성을 볼 때, Thurston, Barden, Tyler Greene, Brendan Ryan 중 적어도 2명 이상 한꺼번에 DL로 가지 않는 이상, Hoffpauir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메이저 데뷔는 커녕 올해 시즌 종료후에 40인 로스터에서 짤리고 구단에서 방출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내년 시즌 Memphis 2루수 자리는 올해 AA에서 펄펄 날고 있는 Daniel Descalso에게 돌아갈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어차피 그의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Descalso의 2009년 시즌 성적은 .328/.398/.526(OPS 924) 이다.


Daniel Descalso. 2007년 3루수로 드래프트되었으나, 구단은 그를 2루수로 전업시켰다. 그의 2루 수비는 마이너리그 코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Jarrett Hoffpauir가 이렇게 구단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은 팜 시스템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Hoffpauir보다 2년 늦게 드래프트된 Tyler Greene이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3년 늦게 2007년에 드래프트된 Daniel Descalso는 바로 밑의 AA에서 맹활약하며 Hoffpauir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AAA에서 그와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는 Donovan Solano는 21세의 젊은 중남미 출신 유망주이다. AAA 로스터 전체를 보아도 투수 2-3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저니맨이 없다. 팜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유망주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2003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일부 팬들은 Cardinals 팜에 "임팩트 있는 유망주"가 없다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 물론 Rasmus가 메이저리그에 올라간 지금 Brett Wallace를 제외하고는 수퍼스타가 될 만한 유망주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유망주"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던 암담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는 듯하다. 최근 몇 년간 Cardinals 마이너리그 시스템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팜을 이렇게 바꿔놓은 Jeff Luhnow와 그의 staff들의 공로를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드래프트에서 Shelby Miller를 1라운드에서 지명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바라던 임팩트 있는 유망주를 뽑은 것이다...!! 그래도 불만이 남아있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Jarrett Hoffpauir의 인생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빈다. 비록 Cardinals에서 뛰지 못하게 되더라도...
Posted by FreeRedbird
:
(주: 이 글은 Viva El Birdos에 올라온 Chuckb의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임을 밝혀 둔다.)


지난 오프시즌에 Cardinals는 1년 계약이 남아 있던 Adam Kennedy를 방출 조치했다. 물론 남아있던 연봉 4.5M은 방출되더라도 계약대로 전액 지불해야 했다. (영어로는 "the team decided to eat his salary" 라고 표현한다. 연봉을 먹어 버리기로 결정했다니... 재미있는 표현이지 않은가?)


Adam Kennedy(오른쪽) : 올 시즌 오클랜드에서 .323/.397/.508로 펄펄 날고 있다. 물론 BABIP가 .346으로 운이 따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것 참... -_-;;

Kennedy는 이후 아무도 메이저 계약을 제안하지 않아 결국 Tampa Bay Rays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고, 그리고도 다시 Oakland A's로 팀을 옮겨야만 했다. 즉 오프시즌에 Cardinals가 그를 트레이드하고 싶었더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어쨌거나, 타석에서는 별 도움이 안되는 Kennedy였지만 수비는 꽤 안정적이었기에, 그가 떠난 빈 자리는 제법 커 보였다. 팀 내에 2루수라고는 2008년에 타석에서 완전히 삽을 푼 Brendan Ryan이나 아마도 AAAA 플레이어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Jarrett Hoffpauir, 저니맨 듀오 Brian Barden/Joe Thurston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FA였던 Orlando "O-Dog" Hudson과 계약을 하거나 트레이드로 Kelly Johnson, Ben Zobrist 등을 데려오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으나... 구단 프런트는 2루수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대신 아주 참신한 해결 방법을 고안해 냈다. 외야수 Skip Schumaker를 6~7주간의 Spring Training 동안 지옥훈련을 시켜서 2루수로 개조하는 것이었다...!!!


"2루수" Skip Schumaker의 수비 장면

이 방법은, 1. 안그래도 남아도는 외야수의 숫자를 줄이고, 2. 2루수 빈 자리를 메꾸며, 3. 마땅한 다른 리드오프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Skip Schumaker를 계속 라인업에 포함시켜 리드오프로 활용할 수 있다.. 는 1석 3조의 방안이었다. 문제는 과연 2001년 프로 데뷔 후 8년 동안 한 번도 내야 수비를 해 본 적이 없는 외야수 Skip Schumaker가 겨우 6주만에 쓸만한 메이저리그 2루수로 전업하는 일이 가능한가였다.

Schumaker는 다행히 그럭저럭 괜찮은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고,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몸을 던져서 최선을 다하는 허슬 플레이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이러한 모험을 감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여기에는 아마도, 성공적으로 2루수가 되면 훨씬 더 긴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본인 나름의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타격 능력은 코너 외야수로는 좀 부족하기 때문에...

이제 시즌이 개막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팀을 위해 2루를 맡아서 열심히 뛰는 모습은 아름답긴 하지만... 과연 이 실험은 잘 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수비 실력을 보면...
UZR/150 : -24.5 (NL 최하위)
RZR : .777 (NL 뒤에서 3등)


공신력을 고려할 때 Fielding Bible의 +/- 도 참고하면 좋겠지만 이쪽은 유료 컨텐츠여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숫자는 이정도이다. 하나는 꼴등, 하나는 뒤에서 3등이라니 설명이 필요없는 한심한 수준이지만, 올해 처음 2루수를 맡게 되었음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처음부터 각오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의 공격력은? 수비에서 까먹는 점수를 공격에서 벌어야 얘기가 되는데...

현재까지 올 시즌 타격 성적을 보면... .280/.327/.386 으로 OPS는 .713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NL 2루수 13명 중 9위에 해당하는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세이버 스탯을 보아도 wOBA는 .314에 불과하고, wRAA는 -2.9로 음수이다. 즉 타석에서도 점수를 까먹고 있는 것이다...!!

Fangraphs는 참 편리하게도 선수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반영한 Win Value 값을 자동 계산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숫자들이 공짜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이 두 달 지난 시점에서 Schumaker의 Win Value를 보면... RAR이 -6.4, WAR이 -0.6이다. 1년 내내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략 WAR -2 정도가 될 것이다. 이것은 AAA나 웨이버를 통해 듣보잡 선수를 2루에 기용하는 것과 비교해서 오히려 1년에 2승을 까먹고 있다는 뜻이 된다...!!!  OTL....

굳이 세이버 스탯을 보지 않더라도, 현재 Cardinals 팀 타선에서 Schumaker의 역할은 리드오프인데.. 1번타자의 OBP가 .327에 불과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안그래도 Duncan, Ankiel, Ludwick 등의 집단 삽질로 팀 전체가 빈곤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1번타자가 출루마저 못하고 있으니 점수를 낼 수가 없다. Pujols 혼자 타격을 다 맡아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신한 시도였고, 의미있는 실험이었지만...
이제 그만 할 때가 된 것 같다.

올 시즌 컨텐더로 남아 있고 싶다면, 외부에서 좋은 2루수를 영입해서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적절한 트레이드 상대를 찾지 못한다면, 단순히 Brendan Ryan을 2루에 주전으로 기용하고 Schumaker를 외야 유틸리티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수비에서 많은 업그레이드가 있을 것이다. 이정도만 해도 연말까지 적어도 1~2승은 더 거두게 될 듯 한데, 컨텐더에게는 1~2승의 차이도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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