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Tim Beckham(Tampa Bay Rays)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블로그를 만들 때는 나도 매일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결혼한 직장인이 매일 새로운 내용의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한동안 활동이 뜸했는데...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가 다가오고 있으니 드래프트 관련 글을 시리즈로 써볼까 한다.

첫 번째로... 우선 "드래프트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해 보자.

일년에 한 번, 보통은 6월 초에 시행되는 드래프트는... 야구판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공식 명칭은 First-Year Player Draft, 혹은 Rule 4 Draft 이다. 올해 드래프트는 6월 9일에 시작된다.


1. 드래프트에 지명되기 위한 자격

- 미국, 캐나다, 미국령(푸에르토리코 등)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그 밖의 지역(중남미, 동아시아 등)은 드래프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남미나 동아시아의 International Signing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 이전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적이 없어야 한다.

- 고교 재학중인 선수는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없다. 즉, 적어도 학력이 고졸은 되어야 한다.

- 4년제 대학 재학중인 선수는 적어도 3학년을 마쳤거나 나이가 만 21세 이상이 되어야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하다. 단, Division III(대학 3부리그.. 쉽게 말해 대학 스포츠에서 수준이 가장 낮은 리그) 소속의 학교에 재학중이라면, 3학년 이전이라도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 2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선수는 학년과 상관없이 드래프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드래프트의 규모


마이크 피아자(Mike Piazza). 1998년 드래프트 62라운드에 지명되었으나 현재 드래프트 규모가 50라운드로 축소되었으므로, 요즘 같았으면 그는 드래프트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선수층이 얇은 국내 프로야구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 드래프트는 2-3일에 걸쳐서 총 5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옛날에는 라운드가 더 많던 시절도 있었으나... (Mike Piazza가 62라운드 지명이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아무튼 요즘은 50라운드까지 진행되며, 50라운드가 다 돌 때까지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은 일단 Non-Drafted FA가 되는데...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1) 학업을 계속한다. 고졸 선수들은 주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재학 중인 선수들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계속 학교를 다닌다. 대학 4학년의 경우 해당 대학과 "계약"을 하면 대학에 5학년으로 머무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내년 드래프트 시장에 다시 한 번 나오게 되므로, 그 1년 동안 뛰어난 성적을 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

2) Non-Drafted FA로 아무 팀하고나 계약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드래프트에 나왔다가 지명되지 않은 선수와 마음대로 계약할 수 있다. 이런 일은 많지 않다. 계약할 만큼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라면 아마도 50라운드가 도는 동안 지명이 되었을 테니까...

3) 독립리그(Independent League)에 진출한다. 이들 역시 내년 드래프트에 재참가가 가능하다.

4) 은퇴한다. -_-;;;;

30팀이 50라운드를 돌리므로 총 30*50=1,500명이 지명되며, 아래에 설명하겠지만 추가 라운드 및 전년도 미계약에 의한 추가 지명이 발생하므로 실제로는 1,500명을 조금 넘는 지명이 이루어진다. 엄청나게 많이 뽑는 것 같지만,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고졸 및 대학 선수들의 숫자 역시 어마어마하므로, 만만치 않은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3. 드래프트 순서는?


올해 1라운드 1순위 지명이 거의 확정적인 투수 Stephen Strasburg.

지난 해 정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30개 구단을 모두 모아서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NL/AL 어느 리그에 속해 있는가는 상관이 없다. 올해 드래프트의 경우, 작년 성적이 가장 나빴던 워싱턴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는다. 아마도 스트라스버그(Stephen Strasburg)의 지명이 확실시되고 있는데, 에이전트 보라스가 역대 최고의 계약금을 받아내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으므로, 과연 얼마에 계약할지가 관심사이다.


4. 보상 지명권(Compensatory Picks)

메이저리그 구단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보상 지명권을 얻게 된다.

- 오프시즌에서 Type A 선수를 FA로 잃은 경우 : 해당 FA가 계약한 팀에서 1라운드 지명권(Pick)을 받아오고, 1라운드의 추가 라운드(Supplemental 1st Round) 지명권도 하나 얻게 된다. 이 때 FA가 계약한 팀이 작년 시즌에서 하위 15개 팀에 속한 경우, 1라운드 지명권 대신 2라운드 지명권을 받게 된다. (성적이 나빴던 팀의 1라운드 지명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또한 FA가 계약한 팀이 여러 팀의 Type A 선수를 계약한 경우, 작년도 성적이 가장 나빴던 팀이 가장 높은 라운드 지명권을 받게 되고, 이후 성적이 나빴던 순으로 다음 라운드의 픽을 받게 된다.

- 오프시즌에서 Type B 선수를 FA로 잃은 경우 : 해당 FA가 계약한 팀과는 아무 상관없이, 1라운드의 추가 라운드 픽만 하나 얻게 된다.

- 작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나 2라운드 지명자와 계약을 못한 경우 : 올해에 해당 라운드에서 작년보다 한 순서 뒤의 픽을 추가로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워싱턴은 작년에 전체 9번 순위로 투수 유망주 Aaron Crow를 지명했으나, 계약금 문제로 계약에 실패하였다. 이렇게 되면 워싱턴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작년 9번에 1을 더한 1라운드 10번째 픽을 보너스로 갖게 되는 것이다.

- 작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지명자와 계약을 못한 경우 : 3라운드가 모두 종료된 뒤 추가 라운드(Supplemental 3rd Round)의 지명권을 하나 얻게 된다.

* 참고 : Type A와 B는 FA가 된 선수의 랭킹이다. 해당 FA가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 중 상위 20%에 해당하면 A, 20~40%에 해당하면 B가 된다. 예전에는 Type C도 있어서 보상 규정이 더 복잡했으나, Type C는 선수노조(MLBPA)의 요구에 의해 몇년 전 폐지되었다.


5. 추가 라운드 (Supplemental Rounds)

추가 라운드는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Supplemental 1st Round)와 3라운드와 4라운드 사이(Supplemental 3rd Round)의 두 가지가 있다. 추가 라운드의 지명권은 Sandwich Pick이라고도 한다.

추가 라운드의 지명 순서는 일반 라운드와 동일하게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이루어진다. 1라운드 직후의 추가 라운드의 경우 Type A에 대한 보상 지명이 먼저 이루어지고 나서 Type B에 대한 보상 지명이 진행된다.


6. 계약


Scott Boras. 그가 A급 유망주들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각 구단의 드래프트 책임자들에게는 악몽이다.

거의 지명=계약이나 마찬가지인 국내 프로야구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과 지명자 사이에 계약금을 가지고 협상을 벌인다. 지명자는 드래프트 지명를 거부하고 계약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구단은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와 반드시 8월 15일까지 계약을 마쳐야 하며, 이 기간이 넘어가면 계약에 실패한 것이 된다. 단, 대학 졸업반인 선수의 경우는 이 기한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구단은 8월 15일 이후에도 이들과 계약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1라운드 앞쪽에서 지명되는 A급 유망주들은 Scott Boras 같은 악명높은 에이전트를 고용하여 구단을 상대로 가능한 한 많은 계약금을 받아내려고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1라운드 지명자와 계약을 못하면 팜 시스템에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에이전트들과 어려운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졸 유망주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데, 계약에 실패해도 대학에 진학하면 그만이므로 그만큼 레버리지가 큰 것이다. 게다가, 보라스와 같은 에이전트들은 대학 유망주의 경우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계약금을 제시받을 경우 차라리 계약을 거부하고 독립리그에서 1년 뛴 뒤에 내년 드래프트에 다시 나오도록 유망주들을 꼬드기는 경우가 많아서, 구단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7. 드래프트 계약제도의 문제

드래프트 제도는 원래 약체 팀이 상위 선택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좋은 유망주들을 지명하여, 장기적으로 각 구단의 전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러나, 에이전트들이 드래프트에 깊숙히 개입하는 계약 시스템 때문에, 구단들이 1, 2라운드 지명 유망주들과 계약에 실패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트로 인하여, 점점 많은 구단들이 유망주의 진짜 실력이나 가능성보다도 계약이 얼마나 수월한가(Signability)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2007년 고졸 최대어였던 투수 Rick Porcello는 그 재능이나 명성으로 볼 때 1라운드  맨 앞쪽에서 지명되었어야 했지만, 그는 고졸인 데다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였으므로 계약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구단들이 그를 포기하고 다른 유망주를 차례로 지명하였다. 결국 그는 1라운드 27번째까지 떨어져서 디트로이트에 지명되었고, 디트로이트는 그에게 350만 달러의 계약금에 4년간 729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계약까지 얹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여 계약에 성공하였다.

결국, 넉넉치 못한 구단들은 계약금 때문에 좋은 유망주를 지명도 못 하고 포기하게 되고, 돈 많은 구단들이 그들과 계약하게 된다. FA시장이 돈 많은 구단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 드래프트는 적어도 평등한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겠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스턴과 같이 자금력도 있고 선수를 식별하는 눈도 뛰어난 구단은 이러한 드래프트 시스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메이저리그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므로 드래프트 순위는 계속 아래쪽으로 처지게 되지만, 정확한 유망주 평가(evaluation)와 과감한 계약금 투자로 얼마든지 알짜 유망주들을 지명하고 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드래프트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라운드 별로 특정 금액 이상의 계약금은 금지하는 식으로 계약금의 한도를 설정하여 가난한 구단들이 마음 놓고 좋은 유망주를 선택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에서 과연 이러한 규제조치를 만들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이래저래 돈 없는 구단들은 점점 운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이정도로 하고...

다음 글에서는 어떤 유망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예를 들면 1라운드에 투수를 지명하는 것이 유리한가, 타자를 지명하는 것이 유리한가 라든지, 고졸 유망주와 대학 재학 유망주 중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지명하는 것이 좋은가... 등의 문제이다. 최근 세이버매트릭스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이런 부분까지도 통계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다음 글에서는 최근의 분석 결과를 음미해 보도록 하겠다.

Posted by FreeRedbird
:
당신이 MLB 단장이라면 Roy HalladayJohan Santana 중 어느 투수를 데려가고 싶은가?
김형준 기자님의 블로그(베이스볼+)에 올라온 떡밥(?)이다.


Roy Halladay


Johan Santana

무려 100개가 넘는 리플이 달렸는데... 리플의 분위기는 대체로 Halladay는 이닝이터로서 뛰어나고, 투수로서의 순수한 능력은 Santana가 앞선다는 것이다. 정말 그게 다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투수인 Halladay가 과소평가 되는 듯한 분위기도 맘에 안들고 하여... 이 떡밥을 덥썩 물고 진지하게 두 투수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이미 이 블로그에 올렸던 "FIP란 무엇인가"란 글을 통해서 밝혔듯이, 투수의 승-패 숫자나 ERA(평균자책), WHIP 같은 것은 투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어서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숫자들은 투수 이외에도 팀 수비 능력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이다. ERA가 조정 ERA가 된다고 해도 이러한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전의 글을 보시기 귀찮은 분들, 혹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예를 하나 더 들어 보겠다. 여기 수비 범위(Range)가 넓은 유격수(예: Orlando Cabrera)와 그렇지 못한 유격수(예: David Eckstein --> 지금은 결국 2루수로 전업했지만... 어쨌든 알기쉬운 예를 들기 위해서 그를 선택했다)가 있다. 타자 A가 친 똑같은 안타성 타구가 2루 베이스 근처로 날아갔을 때, 수비 범위가 좁은 Eckstein은 아예 그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안타로 만들어 주었다. 후속타자 B의 적시타로 주자 A가 홈을 밟으면, 이 점수는 마운드에 있던 투수의 "자책점"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Eckstein 대신 Cabrera가 거기 있었다고 하자. 수비 범위가 넓은 Cabrera는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고, 결국 공은 그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어 타자 A는 에러로 출루하였다. 여기서 후속타자 B가 똑같이 적시타를 날려서 A가 홈에 들어오면... 이 점수는 투수에게는 "비자책점"이 된다.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 A에게 똑같이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내주었을 뿐이지만, 수비수들의 능력에 따라서 실점이 자책점이 될 수도 있고 비자책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어떻게 순수하게 투수의 "자책"이 될 수 있는가?

그래서... 이 글에서는 ERA나 WHIP 같이 객관성이 떨어지는 숫자들은 배제하고... 다른 방법으로 Halladay와 Santana를 비교해 보겠다. 참고자료는 세 군데의 세이버매트릭스 사이트(Fangraphs, The Hardball Times, Stat Corner) 및 ESPN을 이용하였다. 비교는 객관적으로 할 것이며, 한 쪽에 유리한 자료만 골라서 편파적인 결론을 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또한, "할러데이는 아메리란리그 동부지구에서 오랫동안 던지고 있다", "산타나는 좌완이니 더 좋다"는 등의 정량적 측정이 어려운 요소는 배제하고 오직 통계 숫자만으로 비교하도록 하겠다.

보통 볼넷 삼진, 피홈런은 수비수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므로, 순수하게 투수의 능력을 보는 지표로 많이 이용된다.
Halladay vs Santana (자료: Fangraphs)
Career K/9 : 6.44 vs 9.33
Career BB/9 : 2.07 vs 2.50
Career HR/9 : 0.75 vs 0.96
Career K/BB : 3.12 vs 3.74


삼진을 잡는 능력은 Santana가 완전히 압도적임을 알 수 있으며, 워낙 삼진을 많이 잡다보니 삼진/볼넷 비율에서도 역시 Santana가 우위에 있다. 그러나 Halladay는 볼넷과 홈런을 적게 내주고 있다. Halladay가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것 이외에 다른 장점이 없다는 주장은 여기서부터 틀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HR/9의 계산에 있어서... 미네소타의 홈인 Metrodome이 토론토의 홈인 Rogers Centre보다 홈런이 적게 나오는 구장임을 보정해서 계산한다면 두 투수 간의 피홈런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2007년 Park Factor에서 피홈런은 Metrodome이 0.751, Rogers Centre가 1.161이었다. 상당한 차이다. 자료: ESPN)


최근 투수에게 강조되는 능력 중에는 첫 번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F-Strike)이 있다. F-Strike의 비율은 투수의 자신감과 제구력, 구위 등을 모두 반영하는 수치이다. 또한 투수가 볼을 던졌는데도 타자가 속아서 헛스윙을 하는 비율(O-Swing)이 얼마나 높은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타자가 배트를 맞추는 비율(Z-Contact)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는 것도 투수의 구위를 판단하는 데 좋은 지표가 된다.
Halladay vs Santana (자료: Fangraphs)
Career F-Strike% : 63.0% vs 64.7%
Career O-Swing% : 26.4% vs 26.7%
Career Z-Contact% : 89.2% vs 80.1%


F-Strike나 O-Swing은 두 투수의 삼진 비율을 감안하면 의외로 별 차이가 나지 않고 있어 놀랐다. 두드러지게 차이가 벌어지는 부분은 바로 Z-Contact인데... 무려 9% 이상 Santana가 앞서고 있다. 즉, Santana는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정면승부를 해도 타자들이 공에 손을 잘 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쯤되면 Pure Stuff 면으로는 Santana의 완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투수의 능력을 비교해 보자. 그라운드볼을 유도하는 능력(GB%)그라운드볼:플라이볼 비율(GB:FB)은 최근들어 크게 각광받고 있는 지표이다. 내야 수비를 활용함으로써 투구수의 부담을 줄이고, 장타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실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Halladay vs Santana (자료: Fangraphs)
Career GB% : 57.0% vs 46.0%
Career GB:FB : 2.36 vs 0.89


GB:FB의 비율에서 두 투수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Halladay가 2.36으로 극단적인 그라운드볼러(Groundballer) 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Santana는 1 미만의 비율로 약간의 플라이볼 피처(Flyball Pitcher)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Halladay의 2.36은 2002년부터의 누적 기록에서 4위에 해당하는 우수한 수치로, Halladay보다 뛰어난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을 보여준 투수는 Brandon Webb, Derek Lowe, Tim Hudson 뿐이다. (자료: Fangraphs)


이제, 세이버매트릭스 진영이 개발한 새로운 스탯들(소위 Advanced Stats)을 통해서 두 투수를 비교해 보자.

참고로 FIP는 이전에 이 블로그를 통해 설명한 바 있고, xFIP는 FIP를 Park Factor에 따라 조정한 것이다. tRA는 기본적으로 Park Factor를 이미 조정한 stat인데, tRA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자세하게 써 보기로 하겠다. 관심이 많은 분들은 여기를 참조. FIP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스탯이다. WAR는 투수의 퍼포먼스가 듣보잡 선수(Replacement Level Player)를 썼을 때에 비해서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나인데... 이것도 여기서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복잡하다. 일단 여기서는 숫자 비교만 하도록 하겠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 특히 WAR의 경우는 김형준 기자님처럼 선발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기간만 뽑아서 계산해 보았다.

여기서 약간의 불공정한 요소가 발생하는데... xFIP는 2004년부터만 자료가 있으며, tRA는 2003년부터 자료가 있다. 2002년과 2003년이 집계에서 제외되는 것은 Halladay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료: FIP,Win Value - Fangraphs, xFIP - The Hardball Times, tRA - Stat Corner)
Halladay vs Santana
Career FIP : 3.52 vs 3.30
Career xFIP(2004~) : 3.56 vs 3.47
Career tRA(2003~) : 2.96 vs 3.61
Career 연평균 WAR(할러데이 2002~08, 산타나 2004~08) : 6.09 vs 6.40


결과는 4대 0. 산타나의 완승이다.

xFIP로 보면 차이는 0.09밖에 되지 않으나, tRA로 보면 0.65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xFIP 0.09의 차이는... 한 시즌에 220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시즌을 통틀어 고작 2실점의 차이이며, 게다가 Halladay가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2002, 03년이 빠져 있으므로, 두 투수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tRA를 기준으로 하면 약 16점으로 분명히 유의미한 차이가 생긴다. WAR를 보더라도 연평균 WAR에서 Santana쪽이 0.31승 앞서고 있다. 결국 Santana 쪽이 더 좋은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이 단장이라면 누구를 데려가고 싶은가?

만약 두 투수의 몸값이 비슷하고, 2년 정도만 계약할 수 있다고 하면... 결론은 확실히 Johan Santana이다. Santana가 더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음은 어떻게 스탯을 들여다보더라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이버매트릭스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Halladay의 숫자들도 충분히 대단한데... Santana가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엄청난 줄은 솔직히 몰랐다. 진짜 위대한 투수이다.


그럼, 두 투수가 모두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 있다면?

Santana는 올해 2천만불($20M)을 받으며, 2010~2013년까지 93M을 더 받고, 2014년에는 25M짜리 Option이 걸려 있다. 이 옵션의 바이아웃이 5.5M이므로, Santana를 데려오면 5년 동안 무려 118.5M의 연봉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Halladay의 올해 연봉은 $14.25M이며, 내년에는 15.75M을 받게 되어 있다. 옵션이나 바이아웃은 없다. Halladay를 데려오면 2년 동안 30M을 지불하게 된다.

2009, 2010년만 따져도 Santana가 Halladay보다 매년 5백만~6백만불씩 더 비싸다. 이 돈을 더 주고 Santana를 선택했을 때 기대되는 팀 승리 추가 정도는... 연평균 WAR를 참고할 때 0.31승이다. 여러분 같으면 5백만불 주고 0.31승을 사오겠는가? 참고로... Fangraphs에 의하면 2008년 FA시장에서 FA와 계약했을 때, 1승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대략 440만불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계산되었다. 그렇다면... Halladay를 선택하고 남는 돈 5백만~6백만불로 다른 곳에 투자하여 업그레이드를 하면 Santana를 선택했을 때보다 1승 정도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Halladay 쪽이 유리하다.

게다가 Santana가 2013년까지 장기 계약이 되어 있고, 투수의 건강은 절대로 장담할 수 없음을 고려하면... 선택은 당연히 Halladay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 단장이라면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 :
잠깐만 쓸 수 있고, 돈 문제를 무시할 수 있다면 Johan Santana.
현재의 계약 상태를 고려한다면 Roy Halladay.

Posted by FreeRedbird
:
이거 정말 충격이다.
Manny Ramirez가 약물 양성 반응으로 50게임 출장 정지를 먹다니...

Manny Ramirez

걸린 약물은 hCG(human chorionic gonadotropin)로 일종의 여성 배란 촉진제인데...
보통 스테로이드 제제의 투여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해 투여한다고 한다.
(기사 참조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mlb&ctg=news&mod=read&office_id=111&article_id=0000144988&date=20090508&page=1)

결국 Manny가 이전부터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왔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사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완화 목적이 아니로 어떤 다른 이유로 hCG를 이용했더라도.. hCG는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오므로... MLB에서는 금지약물로 되어 있다.
(근데 남자가 hCG를 이용해야만 하는 다른 이유가 있으려나...??)

Manny Ramirez 본인의 공식 발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Recently I saw a physician for a personal health issue. He gave me a medication, not a steroid, which he thought was OK to give me. Unfortunately, the medication was banned under our drug policy. Under the policy that mistake is now my responsibility..."
"최근 나는 개인적인 건강 문제로 인해 의사를 찾았고, 그 의사는 내게 약을 주었다. 그것은 스테로이드가 아니었고, 따라서 내가 이용해도 괜찮다고 그는 판단했다. 불행히도, 그 약은 우리(MLB)의 약물 정책에서 금지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한 정책 하에서, 이 [약을 먹은] 실수는 내 책임이다..."

별로 미안하다거나 잘못했다는 느낌은 없고... 매우 정치적으로 고려된... 무미건조한 변명이다. 이 뒤에 구단주와 감독,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게 사과하는 문장이 있긴 하나... 이렇게 말을 시작해서는 뒤에 나오는 사과도 진심같이 느껴지기가 어렵다.

현지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 것 같은데.. 대체로 Dodgers 이외의 다른 팀 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반면, Dodgers 팬들은 그를 응원하는 쪽이 많아 보인다. 당연한 것일지도...


약물사건과 상관없이 Manny를 지지하는 다저스 팬들.
이런 팬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데...


어제까지 Manny는 .348/.492/.641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확 달라진 LA Dodgers 공격을 이끌어오고 있었다. Dodgers는 공격 스탯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Cardinals와 함께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Manny 대신 Juan Pierre가 주전으로 출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공격력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Pierre의 수비력으로 공격력의 갭을 메꾸기엔.. 공격력의 갭이 너무 크다.) 현지 전문가들은 어쨌든 LA Dodgers가 계속 컨텐더로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NL 서부지구에서 6게임차 1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벌어 놓은 것도 많고... 강력한 1위 후보가 될 줄 알았던 Diamondbacks가 삽질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적인 전력 약화 이외에도 심리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므로, 팀 성적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약물파동의 영향인지 오늘 Dodgers는 Nationals에 11-9로 역전패했다.)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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