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세이버메트릭스가 더 유용한지, 구식 방법(소위 Old-School)이 더 나은지의 논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것은 답도 없거니와 매우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으로 번지기 쉽다. Stat vs Scouting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 어느 쪽이 더 훌륭한 방법인가의 고민은 각 구단 Front Office에 맡기고... 나는 다만 일반적인 팬들 사이에 퍼져 있는 한 가지 오해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그것은 세이버메트릭스가 야구 보는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많은 "전통적 방법"의 옹호자들이 외치곤 한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망각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씨름하느니 한 경기라도 직접 더 보는 것이 낫다!" 이것은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wOBA 같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확실히 골치아픈 일이다. FIP 같은 것은 단순한 편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 계산이 되는 것인지 수식을 한 번 정도는 들여다보아야 한다. 하지만 컴퓨터로 계산을 좀 한다고 해서 야구 자체가 어떻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거기 그대로 있을 뿐이다.  어제까지 재미있게 보던 야구가 오늘 엑셀 가지고 몇 번 계산 좀 했다고 갑자기 재미없어지지는 않는다.


Manny Ramirez를 보자. 뛰어난 타격 능력, 외야에서의 삽질, 재미있는 제스처들, 그리고 어리숙한 발언들까지... "Manny Being Manny"라는 표현까지 나올 만큼, 그는 정말 흥미로운 플레이어이다. 세이버매트릭스는 그의 플레이어로서의 가치를 계량해 준다. 그가 어느 정도로 우수한 타자인지, 그가 얼마나 많은 점수를 외야에서 까먹고 있는지, 숫자로 알려 주는 것이다. (자세한 숫자는 위의 이름을 클릭하여 Fangraphs 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외야에서 까먹은 점수가 연간 10점 정도 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를 보더라도, 그가 여전히 아주 재미있는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Career wOBA .420의 강타자라는 것을 알고 보더라도, 그의 다음 타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를 보는 "조금 다른 시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야구를 바라보게 하여, 오히려 보는 재미를 몇 배나 증가시켜 준다. 단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외면해 왔다면, 한번 세이버메트릭스에 입문해 볼 것을 권한다. 수식을 일일이 다 이해하는 것은 골치아플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단지 어떠한 아이디어로 그와 같은 새로운 척도가 나오게 되었는지 개념만 잡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관점으로 게임을 보게 되면, 분명 이전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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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adrianius 2010.02.17 14:3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세이버에 대해 자세히는 몰라서 확신은 못 내리겠지만, 세이버도 일종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진리이니 하고 떠드는 사람들이나 세이버는 숫자로 할 수 있는 가장 쓸데없는 노동이라고 지껄이는 사람이나 다 세이버의 본질에서는 멀다고 봅니다.

    야구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라고 할까요. 자신만의 스탯을 만들어서 따로 계산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그에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를 주장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타율이든 타점이든 출루율이든 RC든 하나의 패러다임이라고 봅니다. 빌 제임스도 그것을 주장하지 않았을까요(이냥반은 거기에 서사적인 이야기까지 붙이지만).

    한가지 질문하고 싶은게, 국내에서 세이버메트리션 관련한 책들은 나온 게 어떤 게 있나요?

    • BlogIcon FreeRedbird 2010.02.17 15: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개념이나 스탯이 바뀌어 온 것은 사실입니다만, 저는 단순히 하나의 패러다임이라고만 보지는 않습니다. 어느 시대이거나, 조금 더 팀 득점과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RPG(Runs Per Game)가 낮은 리그에서는 도루와 같은 작전의 효용이 크게 증가하지만, RPG가 높은 리그에서는 그냥 강공으로 가는 것이 더 유리한 것처럼 말이죠. 만약 야구단의 프런트에서 일을 한다면,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직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요즘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타점 같은 스탯에 속아서 선수와 계약해서는 프런트에서 일할 자격이 없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이버메트릭스 지식이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다만 진리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 보고자 하는 소박한 노력의 산물이겠지요. 결국 야구는 인간이 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냥 게임을 즐기는 팬의 입장이라면, 사실 꼭 세이버메트릭스를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야구를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아는 만큼 더 즐길 수 있다고나 할까요. 비단 세이버메트릭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투수의 pitching mechanics에 대해 지식이 있다면,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훨씬 더 흥미롭게 볼 수 있겠죠.

      마지막 질문에 대해 대답을 드리면... 한글로 된 세이버메트릭스 책은 없습니다. 거의 전무하다고 보셔도 될 것 같네요. (Michael Lewis의 "머니볼"은 세이버메트릭스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