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동안 타자의 생산성을 평가하기 위한 보다 발전된 스탯으로 wOBA, wRAA 등을 살펴보았고, 타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WAR의 계산 방법도 살펴본 바 있다.

그런데, OPS 대신 wOBA나 wRAA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블로그에 wOBA를 소개하는 글을 쓸 당시 OPS+를 대체할 개량 스탯은 아직 없었다. OPS+는 비록 OPS가 갖는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계산 과정에서 파크 팩터를 적용하여 홈구장으로 인한 왜곡을 보정하고, 리그 평균에 대한 상대적인 값을 계산함으로써 리그에 대해서도 보정해 주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항상 100이 평균이 되므로, 특정 타자가 리그 평균에 비해 얼마나 좋은(혹은 나쁜) 활약을 했는지를 한 눈에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던 중, Fangraphs에 wRC+가 소개되었다. 이는 한 마디로 wOBA의 OPS+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부터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설명을 위해, 이전에 WAR 계산 설명 때 사용하였던 2009년 Chase Utley와 Joe Mauer의 스탯을 다시 이용하기로 하였다. 계산에 사용된 엑셀파일을 첨부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1. wRC

wRC는 weighted RC이다. Bill James의 RC와 유사한 것 같지만 계산 방법은 매우 다르다. wRC는 앞의 w에서 알 수 있듯이, wOBA를 기반으로 계산된 것이다.

RAR이나 WAR 같은 스탯은 "Above Replacement Level"이므로, 비교 대상이 Replacement Level 플레이어이다. 즉, WAR=0이면 Replacement Level 플레이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wRAA는 "Above Average"이므로, 비교 대상은 리그 평균이다. 즉, wRAA=0이면 타격 기여 수준이 딱 리그 평균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반면, wRC는 비교 대상이 "0"이다. 타석에 마네킹을 그냥 세워두어서 마네킹이 .000/.000/.000을 기록했을 때와 비교해서 해당 타자의 득점 기여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마네킹이 볼넷이나 HBP로 출루하는 어이없는 경우는 없다고 치자. -_-;;; )

이러한 wRC의 개념을 생각하면, wRAA로부터 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해당 타자의 wRAA를 알고 있으면, 해당 타자가 리그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기여를 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이제 여기에다가 마네킹과 리그 평균 사이의 차이를 더해 주면 바로 wRC가 된다. 다시 말해서 아래와 같은 식이 된다.

wRC = wRAA + 리그 평균 타자의 득점 기여 수준 = wRAA + (lgR/lgPA)*PA
lgR : 리그 전체 득점
lgPA : 리그 전체 타석

구체적인 예를 통해 계산을 해 보자.

위의 첨부 파일을 보면 2009년 Chase Utley의 스탯이 있다. 그의 wRAA는 파크팩터를 적용하여 계산하면 37.45가 나온다. (주: Fangraphs는 wRC 계산 시에는 파크팩터를 쓰지 않고, wRC+를 계산할 때 파크팩터를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wRC 계산 때부터 파크팩터를 적용하도록 하겠다.)

이제 "리그 평균 타자의 득점 기여 수준"을 계산해 보자. 2009년 NL 리그 전체 기록을 보면, 99,531 타석(PA)에서 11,482 득점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1 타석의 평균적인 득점 기여 수준은 11482/99531 = 0.12 점 임을 알 수 있다.

Utley는 2009년에 687 PA를 기록했으므로, 그가 2009년에 기록한 wRC는 687 PA를 통해 기록한 wRAA에 687 PA를 리그 평균 타자가 기록했을 때의 득점 기여 수준을 합치면 될 것이다. 즉, 아래와 같이 계산하면 된다.

Chase Utley의 wRC
 = Utley와 마네킹의 연간 득점 기여 수준 격차
 = Utley와 리그 평균의 연간 득점 기여 수준 격차 + 리그 평균과 마네킹의 연간 득점 기여 수준 격차
 = wRAA + (0.12 * 687)
 = 116.70


Chase Utley는 687 타석에서 마네킹을 세워두는 것에 비해 팀 득점에 116.70점을 기여한 것이다.


혹은, wRAA가 아니라 wOBA로부터 계산하고자 한다면, wRAA = ((wOBA-lgwOBA)/1.15)*PA 를 wRAA 자리에 대입하면 된다.

wRC = wRAA + (lgR / lgPA) * PA
        = (wOBA - lgwOBA) / 1.15) * PA + (lgR / lgPA) * PA
        = ((wOBA - lgwOBA) / 1.15 + (lgR / lgPA)) * PA


2. wRC+

이제 이 116.70점이 같은 리그의 다른 타자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대단한 정도의 공격 기여 수준인지를 살펴보자.
wRC+는 아래와 같이 계산한다.

wRC+ = (((wRAA / PA) / (lgR / lgPA)) + 1) * 100

계산식을 보면, 1타석당 득점 기여 수준을 가지고 비교를 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분모를 보면, 리그 전체의 1타석당 득점 기여 수준이다. 위의 예에서는 0.12로 계산되었다.

분자를 보면, wRAA를 해당 타자의 타석으로 나누고 있으므로, 1타석당 해당 타자와 리그 평균간 득점 기여 수준의 차이가 된다. Chase Utley의 경우는 37.45/687 = 0.0545가 된다.

여기에 리그 평균을 100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1을 더하고 100을 곱해서 계산한다.

Chase Utley의 wRC+는 이렇게 해서 147이 된다. 첨부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Joe Mauer의 경우에는 AL에 속해 있으므로 lgR과 lgPA 자리에 AL의 데이터를 넣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계산하면 wRC는 133.23, wRC+는 176이 나온다. 엄청난 시즌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Fangraphs에서는 Mauer의 wRC+를 174로 계산하고 있다. 파크팩터의 적용 방법, 소숫점 반올림 등에 따른 약간의 오차가 발생함을 감안하시기 바란다.)

OPS+와 비교하면 어떨까? 2009년 Utley의 OPS+는 136이었고, Mauer의 OPS+는 170이었다.
이것은 OPS+가 특히 Utley를 저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9 시즌 wRC+와 OPS+의 메이저리그 TOP 10 비교이다.
OPS+는 Baseball-Reference에서 가져왔고, wRC+는 아직 시즌별 비교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아 Fangraphs에서 선수별 데이터를 직접 일일이 클릭해서 만들었다. -_-;;

wRC+
Albert Pujols 184
Joe Mauer 174
Prince Fielder 163
Adrian Gonzalez 158
Joey Votto 157
Hanley Ramirez 155
Ben Zobrist 154
Ryan Braun 153
Derrek Lee 153
Kevin Youkilis 153

OPS+
Albert Pujols 188
Joe Mauer 170
Prince Fielder 168
Adrian Golzalez 166
Joey Votto 155
Mark Teixeira 149
Hanley Ramirez 148
Ryan Braun 148
Alex Rodriguez 147
Ben Zobrist 146


참고 : 왜 wOBA+나 wRAA+를 쓰지 않고 wRC+를 쓰는 것일까?

Chase Utley의 wOBA+를 계산해 보자.
Utley의 2009년 wOBA는 0.390이고, NL 평균 wOBA는 0.328이었으므로,

((0.390 / 0.328) * 100 = 119

이렇게 하면 OPS+나 wRC+에 비해 훨씬 좁은 범위에 결과값이 분포하는 스탯이 만들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OPS+와 유사한 스케일인 wRC+를 사용하는 것이 이해도 빠르고 한 눈에 알아보기도 쉬울 것이다.

한편, wRAA+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리그 평균이 0이기 때문에, 분모가 0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Today's Music : David Bowie - Five Years (Live)



이런 게 "음악"이다.
Posted by FreeRedbird
:

이제 메이저 유망주 리스트는 Baseball Prospectus의 Kevin Goldstein이 발표하는 TOP 11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ESPN의 Keith Law가 리스트를 발표했다. 아... Law를 잊고 있었구나... -_-;;;

Keith Law는 하버드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Tepper School에서 MBA를 받은 인물이다. Moneyball 책에도 나오지만, J.P. Ricciardi는 2002년에 Blue Jays의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Paul DePodesta 같은 스탯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끼고 Law를 고용하게 된다. Blue Jays에서 스탯 분석 뿐 아니라 스카우팅과 계약 협상까지 폭넓은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6년에 ESPN으로 이직하여 지금까지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원문 링크(ESPN insider 유료정보)
리스트 링크(Future Redbirds)

아마도 원문에는 좀 더 자세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나도 ESPN insider가 아닌 관계로 내용은 알 수 없다. (이미 The Cardinal Nation과 Baseball Prospectus, Baseball-Reference 등에 연간회원으로 돈을 내고 있는데... ESPN까지 가입하기는 좀 그렇다. 솔직히 ESPN에는 허접한 글도 많고...) 일단 리스트를 보자.

1. Shelby Miller, RHP
2. Daryl Jones, OF
3. Lance Lynn, RHP
4. Jaime Garcia, RHP  (<--LHP인데 오타인듯...)
5. Robert Stock, C
6. Dan Descalso, 2B
7. Eduardo Sanchez, RHP
8. Adron Chambers, OF
9. Francisco Samuel, RHP
10. Audris Perez, C

이거 아주 독창적인 리스트이다. 여태껏 보아 온 Cardinals 유망주 리스트 중 가장 재미있는 버전이라고 본다.

Law는 다른 전문가들에 비해 유난히 툴과 포텐셜을 중시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MBA출신으로 스탯 분석을 했었던 그의 백그라운드를 고려하면 더욱 의외인데... 지난 시즌의 대 삽질에도 불구하고 Francisco Samuel을 9위에 올린 것이나, 다른 리스트에서는 TOP 20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는 Adron Chambers나 Audris Perez가 TOP 10에 진입한 것이 그 증거이다. (개인적으로 Chambers를 좋아해서 더욱 반가웠다. 그래도 8위는 좀 심하지 않나? ㅎㅎㅎ)

Craig나 Freese, Hawksworth 등이 왜 리스트에 없는가... 라고 항의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Keith Law는 원래 25세가 넘은 "늙은 유망주"들은 유망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건 그의 기준이니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Law는 그 독창적인 시각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안티를 만들고 있는 듯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Law의 글은 독창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흥미롭다.
그는 음식과 기타 문화 전반에 대해서도 무척 할 말이 많은 사람인데... 그의 블로그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Future Redbirds의 운영진과도 친분이 있어서... 가끔 Future Redbirds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직접 댓글을 달기도 한다. 글 위쪽의 "리스트 링크"를 눌러보면 Keith Law가 직접 코멘트를 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참. Keith Law의 30개 구단 전체 TOP 100 리스트에서, Shelby Miller가 38위, Daryl Jones가 59위를 차지하였다. 참고하시길...
 

이전 리스트 모음.

Redbirds Nest in Korea 선정 TOP 20 : 1-10위, 11-20위
Fangraphs TOP 10 (2009 draftee 제외)
Baseball America TOP 10
John Sickels TOP 20
Future Redbirds TOP 20 : 1-5위, 6-10위, 11-15위, 16-20위
The Cardinal Nation(구 Birdhouse) TOP 40

Posted by FreeRedbird
:

(2009년 Spring Training에서 Chris Perez의 투구를 지켜보는 Dave Duncan. Anthony Reyes가 망가진 것은 본인의 나쁜 투구폼으로 부상을 자초한 것이 크지만, Chris Perez가 2009 시즌에 삽질을 한 것은 Dave Duncan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Dave Duncan 기획 기사 제 2탄...!

앞의 글
에 이어서, 이번에는 Dave Duncan의 장단점 및 구단 프런트와의 갈등 원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도록 하겠다.

앞의 글은 "Maple Street Press Cardinals Annual 2009" 책에 실린 Chuck Brownson의 "The Duncan Effect" 글을 상당 부분 참고하여 작성되었고, 이 글은 역시 같은 책에 있는 Alex Eisenburg의 "Natural Mechanics" 글의 도움을 많이 받았음을 밝혀 둔다.


Duncan의 상징, laptop 컴퓨터

투수 출신이 아닌 Dave Duncan이 어떻게 성공적인 투수 코치가 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상대 타자들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다. 그는 이미 90년대 초반의 Athletics 시절부터 야구장에 laptop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상대 타자들의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여 투수들에게 제공해 왔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아마도 Duncan은 벤치에서 컴퓨터를 처음으로 사용한 선구자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가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이미 많은 투수들이 그 유용성을 인정해 왔다. 경기 도중, 언제라도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료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의 투구 철학이다.


Dave Duncan과 Mark Riggins의 투구 철학

1996년은 Dave Duncan이 Cardinals의 투수코치로 일하기 시작한 해이다. Dave Duncan이 투수코치가 되면서, 당시 투수코치를 맡고 있던 Mark Riggins는 "Minor League Pitching Coordinator"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산하 마이너리그 팀들을 순회하면서 투수 유망주들을 지도하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되었다.

Duncan과 Riggins는 투구 철학이 거의 같았으므로, 둘은 의기투합해서 메이저리그에서 Rookie 레벨까지 구단 전체에 동일한 철학을 주입시켰다. 그 철학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스트라이크존을 철저히 활용하고, 항상 스트라이크를 던지도록 노력하라. (볼넷을 내주지 마라.)
2. 그라운드볼을 유도하라.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Duncan과 Riggins는 투수들에게 스트라이크존의 아래쪽 부분으로 투심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도록 가르쳤다. 또한, 스트라이크와 그라운드볼 유도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투수들의 투구 자세에 지속적으로 간섭을 하였다. 그것은...

1. 일단 밸런스 포인트에 도달해야 하고,
2. 상체를 꼿꼿이 세우며,
3. 팔의 각도를 최대한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는 형태로 공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밸런스 포인트(혹은 밸런스 포지션이라고도 한다.) 란 무엇인가?
아래 그림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출처: pitchersdrills.com)

(12/01/09 추가: pitchersdrills.com에서 원래의 그림을 삭제해 버려서.. 아래의 사진으로 대체하였다. 출처는 momwtream.com 이다.)


이렇게 하면, 투수는 와인드업 후 밸런스 포인트에 도달한 다음, 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는 형태로 던지게 되므로, 이러한 투구 방법을 "tall-and-fall approach"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투구 자세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게 되는데, 밸런스 포인트에 도달한 뒤에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는 휴지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거의 필연적으로 구속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제구력과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신, 패스트볼의 구속 저하를 감수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성공, 마이너리그의 실패

Walt Jocketty 단장은 다른 팀에서 방출된 한물 간 베테랑 투수들을 헐값에 계속 영입하였고, Dave Duncan은 이러한 철학과 투구 자세 교정을 통해, 그들을 다시 쓸 만한 투수로 개조시켜 왔다. 이러한 저비용 고효율 베테랑 투수의 지속적인 공급은 Cardinals가 2000년대에 NL에서 가장 성공적인 팀 중 하나로 군림하도록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저비용 고효율 베테랑 투수가 지속적으로 공급된 것과 달리, 저비용 고효율의 신인 선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Duncan과 Riggins가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구단 전체에 동일한 가르침을 전파하는 동안, 팜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길러낸 좋은 투수는 단 한 명 - Matt Morris 뿐이었다. 1-2선발급의 선발은 고사하고 클로저나 셋업맨 급 신인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Adam Wainwright를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 지 모르겠으나, Wainwright는 원래 Atlanta 팜 출신으로, 트레이드로 데려왔을 때에는 이미 AAA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Rick Ankiel은 정규시즌 1년 동안 활약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제구력 난조로 무너졌고, 다시는 회복하지 못했다. Dan Haren은 Cardinals에서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다가 Athletics로 트레이드 된 뒤에야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하였다. Anthony Reyes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왔다갔다가하다 결국 Indians로 트레이드되었다. 대신 팜 시스템이 배출해 준 것은 무수히 많은 듣보잡 릴리버들(허접하거나, 아니면 1년 반짝하고 사라지거나... Luther Hackman, Gene Stechshulte, Mike Crudale, Jimmy Journell, Tyler Johnson 등) 뿐이었다. 투수 유망주들의 부상 발생률도 매우 높아서, Hawksworth나 Journell과 같이 Low minor 레벨 시절에 높이 평가받던 투수 유망주들은 대부분 팔꿈치 인대가 나가는 등의 대형 부상을 당한 뒤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난 시즌 Hawksworth가 부상을 떨쳐내고 메이저리그 불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미들 릴리프가 한계이긴 하지만...)

베테랑 투수의 FA 계약이나 트레이드에는 Dave Duncan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했고, 그는 애초부터 자신의 철학을 적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은 "될성부른 베테랑"들을 추천했으므로, 성공률이 높았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는 그렇게 일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다양한 유망주들을 비슷한 투구 자세로 개조하려고 하다보니 부작용도 많았고 실패하는 일도 많았으며, 여러 유망주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는 Anthony Reyes였지만, Adam Ottavino도 불만을 표시했다. 2006년 1라운더로 드래프트될 당시, Ottavino는 95마일의 포심패스트볼로 위쪽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것을 좋아하던 투수였다. 그러나, Cardinals는 그를 드래프트한 후 즉시 투구 자세를 수정하고 투심패스트볼을 가르치는 등의 "개조" 작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원래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던 제구력이 더욱 악화되었다. 2007 시즌 후 그는 이 "개조"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에 이른다.


변화의 움직임

한편, 팜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MLB 30개 구단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에 불만을 느낀 구단주 Bill DeWitt은 MBA 출신의 Jeff Luhnow를 스카우팅과 유망주 육성의 책임자로 영입하였다. Luhnow는 구단의 스카우팅 조직과 마이너리그 코치진에 대해 대규모 물갈이를 진행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Mark Riggins가 2007년에 해고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Luhnow가 이끄는 스탯 분석 팀과 번번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어 온 Walt Jocketty 단장 역시 구단주에 의해 2007년 말에 해임되었고, 부단장이었던 John Mozeliak이 새로운 단장으로 취임하였다.

새 구단 프런트는 Mark Riggins 대신 Dyar Miller를 "Minor League Pitching Coordinator"로, Brent Strom을 "Roving Pitching Instructor"로 각각 고용하여 이들에게 마이너리그 투수 유망주들의 순회 지도를 맡겼다. Dyar Miller와 Brent Strom은 전임자 Mark Riggins와는 전혀 다른 투구 철학을 가진 코치들로서, 와인드업의 시작에서 공이 손을 떠날 때까지의 일관된 모멘텀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모멘텀의 시각에서 보면, 밸런스 포인트에서 잠깐 동작을 멈추는 행동은 모멘텀을 파괴하는 최악의 행동이다.

이러한 "Momentum Pitching"의 특징 및 장점에 대해서는 Pitching Mechanics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인 Dick Mills의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모멘텀을 살려서 최대한의 구속을 이끌어내는 대표적인 투수로는 Tim Lincecum을 생각할 수 있을 듯 하다.

Dyar Miller와 Brent Strom은 한 가지의 투구폼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각각의 투수가 자신의 모멘텀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투구폼을 찾도록 지도하였고, 그 결과 Cardinals 입단 후 Duncan/Riggins 스타일로 투구폼이 개조되었던 Adam Ottavino는 드래프트되기 이전의 투구폼으로 되돌아갔다. Adam Reifer와 같은 2008년 드래프트 지명자들은 투구 자세 수정을 통해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각자의 투구 모멘텀을 살려 패스트볼의 구속을 유지 내지는 향상시키는 쪽으로 트레이닝 되었다.


갈등

Dave Duncan은 2009년 시즌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구단 프런트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왔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그의 아들 Chris Duncan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트레이드 된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구단 내 투구 철학의 변화에 대한 반발심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Duncan과 동일한 투구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던 Mark Riggins는 이미 구단을 떠났고, 새로 그 자리를 차지한 Dyar Miller와 Brent Strom은 180도 다른 철학을 가지고 유망주들을 가르치고 있다. 게다가, 투수의 FA계약이나 트레이드에 있어서, 과거 Walt Jocketty 단장 시절에는 Dave Duncan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John Mozeliak의 새로운 구단 프런트는 Duncan이 개입할 여지를 많이 주지 않고 있다. Duncan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재미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Chris Perez는 이러한 투구 철학 대립의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Miller와 Strom은 마이너리그에서 Perez가 대학 시절의 투구폼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였고, 그는 2008년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2009년 Spring Training에서, Dave Duncan과 불펜코치 Marty Mason은 그의 투구폼을 Duncan 스타일로 개조하였고, 그 결과 Perez는 2009년 시즌 상반기에 구속 저하와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다가 Mark DeRosa 트레이드 때 Indians로 가 버리고 말았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일이 Perez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Ottavino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온다면? Adam Reifer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온다면? Shelby Miller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


Pitching Mechanics에 대한 지식 부족?

2009년 시즌 초, Adam Wainwright는 원인모를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Dave Duncan은 이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그러던 5월 초의 어느 날, Wainwright와 함께 비디오 분석 자료를 보고 있던 Chirs Carpenter가, Wainwright가 공을 던질 때의 arm slot이 4-5인치 어긋나 있다고 지적을 해 주었다. Wainwright는 즉시 투구 자세를 수정하였고, 그 이후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NL 최고의 투수 중 하나가 되어 Cardinals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팀 동료가 이렇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참 가슴 훈훈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이런 일을 왜 코치가 하지 않고 동료 투수가 하는 것일까? Duncan 코치는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넘도록 이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아무래도 Duncan 코치는 이런 쪽으로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그가 Pitching Mechanics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만약 Duncan이 향후 몇 년간 계속 투수코치로 남아 있게 된다면, 이러한 약점을 보충해 줄 수 있는 Mechanics 전문가를 advisor로 고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결론

Dave Duncan은 스트라이크와 그라운드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상대 타자들에 대한 방대한 분석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저비용 고효율의 베테랑 메이저리거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여 팀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지만, 한편으로 그와 Mark Riggins가 하나의 투구 철학을 구단 전체에 적용한 결과 팜 시스템은 허접 릴리버만 계속해서 배출하는 수준으로 전락했고, 이는 마이너리그의 투수 유망주 육성 측면에서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 코치들을 기용하는 원인이 되었다.

만약 구단이 정말로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이라면, 이제는 Dave Duncan을 교체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Duncan의 성과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렇게 구단 내부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간의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Chris Perez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투구 철학의 차이는 유망주의 성장과 발전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2009년 시즌, Chris Duncan의 트레이드 직후 Dave Duncan이 언론을 통해 막말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Cardinals 팜 시스템에는 DFA된 Lugo와 바꿀 만한 수준의 유망주가 하나도 없어서 메이저리거인 Chris Duncan이 트레이드되는 모양이다"), 이제 Dave Duncan도 구단을 떠나야 할 것이고, 어쩌면 La Russa 감독도 같이 교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Mozeliak 단장은 La Russa 감독과 Duncan 코치 둘 다 유임시키는 의외의 선택을 하였다. 그 정도 불협화음은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일까? La Russa 감독과 Duncan 코치는 놓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Today's Music : Tears for Fears -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Live)



80년대 최고의 명곡 중 하나. 이 동영상은 2006년 공연 실황인데, 20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다.


Posted by FreeRedbi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