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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2 Tony La Russa, 전격 은퇴 선언 28
영원히 Cardinals 감독으로 남아 있을 것만 같던 Tony La Russa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


이미 본인은 8월에 은퇴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하는데...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은퇴를 하게 되어 그야말로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 형태가 되었다. 멋진 결말이다.


Tony La Russa는 1979년 Chicago White Sox의 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지난 33년 동안 정규시즌에서 2728승 2365패(승률 .536)를 기록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우수한 성적이며, 역대 감독 다승 랭킹에서는 Connie Mack(3731승)과 John McGraw(2763승)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구단주와 단장이 좋은 선수들을 공급해 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감독 본인이 능력이 좋지 않으면 이렇게 30년 이상 현역 생활을 유지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는 33시즌 동안 14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였고, 이중 6번을 월드시리즈에 올라가 3회 우승하였다. 월드시리즈를 3회 이상 우승한 감독은 TLR을 제외하고는 8명 뿐이며, 이들 중 Joe Torre를 제외한 7명은 모두 이미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70승은 Joe Torre(84승)에 이은 통산 2위의 성적이다. 또한, AL에서 3회, NL에서 1회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1이닝 클로저" 개념을 발명한 것으로, Oakland 감독 시절 Dennis Eckersley를 전업 마무리 투수로 삼은 것이 그 최초이다. Eckersley는 클로저로 보직을 바꾼 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였고, 92년에는 AL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전통적인 투수 운용의 틀을 깨고 투수들을 3이닝씩 나눠 던지게 하기도 했고, NL에 온 뒤에는 심심치않게 투수들을 8번 타순에 기용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 준 바와 같이, 보통은 8회에 기용하기 위해 아껴두는 셋업맨들을 3회나 5회부터 일찌감치 투입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세이버메트릭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투수 8번 타순 기용이나 셋업맨 조기 투입 등은 세이버메트릭스에서 주장하는 바와 동일한 경기 운영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승부에 대해서는 일절 타협하지 않고 매 경기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기도 했다.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연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그의 승부사 기질은 심지어 스프링 트레이닝의 연습경기조차 진지하게 경기를 운영할 정도였는데, 이러한 그의 hard-driving, everyday-grinding 스타일은 Cardinals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진지하게 열심히 뛰는 팀으로 만들었고, 그가 늘 입에 달고 있던 "play a hard nine"은 Cardinals 야구를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다. TLR이 이끄는 Cardinals의 진지함과 냉정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어서, ESPN의 Jayson Stark이 Cardinals를 가리켜 "Professional stoic group"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이번 NLCS에서도 그러한 면이 잘 드러났는데, Brewers의 장난스런 Beast Mode와 인터뷰에서의 도발에 대해 Cardinals는 시종일관 "응, 그래" 수준의 쿨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그의 승부를 향한 열정은 항상 좋은 쪽으로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심판이나 상대팀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온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더 문제였던 것은, 이러한 열정적이고 진지한 분위기에 동참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대놓고 미워하다가 결국 팀 밖으로 몰아냈다는 것이다. 과거 J.D. Drew가 대표적이었고, 최근에는 Brendan Ryan과 Colby Rasmus가 그러했다. Scott Rolen은 TLR과 비슷하게 항상 진지한 캐릭터였는데, 진지함과 열정이 지나치다보니 오히려 또 비슷한 둘이 충돌하여 결국 Rolen도 팀을 떠났다. 이렇게 선수를 입맛에 맞게 고르다 보면 결국 프런트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나와 다른 사람도 포용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리더쉽임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over-managing으로도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두 차례의 힛앤런이 실패하여 주자를 횡사시키고 결국 경기를 내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TLR의 팀은 도루는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힛앤런이나 스퀴즈 는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불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작전을 걸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Match-up 데이터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신뢰도 역시 꾸준히 비판을 받아온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TLR이 가장 맘에 안들었던 것은 역시 언론플레이였다. 언론을 통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프런트를 압박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Rasmus를 여러 번 씹은 결과 Mo 단장은 결국 Rasmus를 트레이드했다. Rangers에서 흑형이 방출되자 언론을 통해 "참 좋은 투수"라며 여러 번 치켜세운 결과 Mo 단장은 결국 그를 영입했다. 그나마 올해는 Mozeliak이 TLR에게 많이 맞춰준 편이지만, 2009년에 Chris Duncan을 트레이드 했을 때처럼 단장과 감독이 대립하던 시절에는 TLR이 언론을 통해 내뱉는 독설의 수준이 상당했다. 불만이 있으면 사무실에 가서 직접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언론을 통해 비난을 하고 나쁜 여론을 조성하여 압박을 가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태도라고 본다.


지난 12년간 Cardinals 야구를 지켜보는 동안, 늘 이 팀의 감독은 TLR이었다. 마치 영원히 감독으로 남아 있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TLR이 떠나고 다른 감독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간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점점 고집이 세지고 꼰대기질을 보이기도 해서 최근 2년간은 솔직히 TLR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이제는 그만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이 블로그를 초창기부터 보셨다면 2009년에는 TLR에 대해 우호적인 표현이 많다가 2010년부터 안티로 돌아섰음을 아실 것이다. 마침 우승도 하고 했으니, 모두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렇게 한 시대를 끝내고, 또 새로운 분위기로 새 시즌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여러 모로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과 성적에 대해서는 다른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사실 TLR보다 더 안좋은 감독이 얼마나 많은가? (요새 TLR의 후임으로 Riggleman 같은 허접한 인물이 거론되는 걸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가 Cardinals 감독으로 재임한 기간 중에서도, 특히 Darryl Kile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엉망이 된 클럽 분위기를 추스려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던 2002 시즌과, 8월 말부터 앞만 보고 질주하기 시작해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한 2011 시즌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의 베스트 시즌을 하나만 꼽자면, 역시 2002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름다운 퇴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Miscellany

구단은 Octavio Dotel, Rafael Furcal, Corey Patterson의 옵션을 모두 기각했다. 이미 흑형의 옵션도 기각했으니, 결국 Yadi와 Waino 외에는 모두 옵션을 포기한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Dotel을 포기한 것은 좀 아쉽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아직도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3.5M의 옵션을 포기하고 0.75M의 바이아웃을 지불했으니 2.75M 이하로 재계약을 해야 수지가 맞는데, 이런 가격에는 Dotel이 계약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완 릴리프는 외부 영입 없이 그냥 내년 시즌을 준비할 모양이다.


p.s. TLR의 인간적인 면모와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Three Nights in August 책을 추천.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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