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해도, 소문만 무성하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틀 사이에 Mo가 두 건의 지름을 신고했다. 그것도 소문이 무성하던 선수들이 아닌, 뜬금없는 선택들이었다.

이미 댓글로 많이 논의가 되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Indians에 James Ramsey를 보내고 Justin Masterson을 받음


Masterson은 지난 4년간 짝수 해에는 4-5선발급 투구를, 홀수 해에는 에이스급 활약을 해 왔는데, 올해는 짝수 해 삽질의 정도가 매우 심해져서 9이닝당 볼넷 비율이 5.14에 이르렀다. 구속은 작년 대비 무려 2.5 mph가 줄어 패스트볼 평속이 89마일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녀석을 왜 데려왔나 싶기도 하겠지만, 댓글로 언급했다시피 올해 전반기의 부진이 무릎부상으로 인해 메카닉이 망가진 것에 기인한다는 저쪽 투수코치 Mickey Callaway의 분석이 있었고, 아마 Cards 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일단 무릎은 다 나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이적 후 첫 등판에서 구속과 투구폼을 잘 살펴보도록 하자.


Masterson은 2미터에 가까운 큰 키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잔뜩 구부리고 사이드암 딜리버리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릴리스 포인트가 매우 낮은 편이다. 한마디로 큰 키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투수이다. 아래 사진을 보시라. 대신 밸런스가 좋기는 하다.


게다가 그의 레퍼토리는 체인지업이 없이 포심/싱커/슬라이더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좌타자 상대로는 그야말로 답이 없다. 실제로 그의 커리어 스플릿을 보면 우타 상대 FIP가 3.02인데 반해 좌타 상대 FIP는 무려 4.52 이다. 이런 그가 여지껏 선발로 버텨오면서 때때로 에이스 역할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커리어 통산 56.5%에 이르는 극단적인 그라운드볼 성향을 바탕으로 장타 허용을 일정 선에서 억제할 수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그라운드볼 성향 역시 Cards가 영입하는 데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Indians의 내야 수비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악의 수준이므로, 단순히 동료 수비수들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sterson은 올해 연봉조정 3년차로, 연봉조정을 피해 9.76M에 계약하였다.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데, 혹 남은 기간 잘 던지더라도 장기계약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들쭉날쭉한 데다가, 내구성에 의구심이 많이 든다. 그냥 두 달짜리 로또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레이드 대가로 보낸 Ramsey는 올해 Springfield에서 300/389/527, 161 wRC+의 훌륭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결국 CF로 계속 뛸 수 있을 것인가가 그의 커리어를 크게 좌우할 것인데, Cards는 CF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고, Indians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트레이드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니, Indians는 수비력을 크게 개의치 않는 팀 운영을 해오고 있으므로, 안되더라도 된다고 치고 그냥 계속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Indians의 외야진은 David Murphy가 올해 말이면 FA가 되고, Bourn은 아직 2년 더 남아 있지만 계속 DL을 들락거리고 있으므로, 조만간 빅리그에서 Ramsey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Ramsey의 빅리그 성적은 David Murphy의 커리어 성적(272/334/432, 102 wRC+) 정도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2. Red Sox에 Allen Craig, Joe Kelly를 보내고 John Lackey, Corey Littrell을 받음


앞의 것은 애피타이저이고, 이것이 메인디쉬가 되겠다. Craig, Kelly를 내주고 Lackey를 영입한 것이다..!!


John Lackey는 3.60 ERA, 3.56 FIP를 기록 중으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꽤 안정적인 피칭을 해 주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Lackey는 계약 기간 도중 팔꿈치 수술을 받은 덕에 내년 시즌에 0.5M의 헐값 옵션이 구단에게 있는 상태이며, 이것이 Lackey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78년 10월생으로 시즌이 끝나면 36세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50만불 받고 뛰느니 은퇴하겠다"며 계약 수정을 요구하거나 태업을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데, 어쨌든 올해 정도 성적을 내년에도 유지할 수만 있다면 1년 후에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땡길 기회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Cards가 QO를 하지 않는 한 3년 36M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듯. 이 영입은 정말 맘에 든다.



Craig은 다들 아시다시피 시즌 내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당겨치기를 못하게 되어 파워가 사라진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Red Sox는 이걸 고칠 수 있다는 쪽에 건 것이다. 다들 2011-2012년의 인상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니, 그런 기대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녀석을 4개월 간 지켜본 주인장은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당겨치기가 어느정도 살아난다고 해도, 홈런 보다는 그린몬스터 벽에 맞고 떨어지는 2루타가 많아질 듯하다. 심지어 다리가 느리니 개중 일부는 단타가 될 수도 있다. -_-;; 대략 270/320/440 정도의 리바운드를 예상해 본다.


문제는 포지션이 마땅치 않다는 것인데... 1루에는 Napoli가 있고 DH에 Ortiz가 있으니 외야에 나갈 수밖에 없다. 좌익수는 Cespedes의 차지가 될 것 같으니 우익수를 봐야 하는데, Craig의 저질 레인지를 감안하면 Fenway에서 우익수를 맡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코너 외야수로서 저 정도 빠따 성적에 -5 UZR/150 이하의 우익수라면 요즘의 저득점 환경에서는 풀타임시 2 WAR쯤 될 듯하다. 향후 3년간 25.5M의 연봉이 남아 있으니, 대략 FA시세 기준으로는 시장시세와 유사한 정도라고 하겠다. 물론, 타격이 저만큼 반등하고,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는 일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의 이야기이다.


Joe "Ferrari" Kelly는 올해 들어 삼진이 증가하고 볼넷은 감소했으며 그라운드볼 비율이 더욱 높아지는 등 나름 진보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조금은 아쉽게 되었다. 올해 Henderson Alvarez나 Nathan Eovaldi, Garrett Richards 등이 한꺼번에 터진 것을 보더라도, 95마일을 던지는 선발은 항상 포텐셜이 있는 것이다. 현 상태로는 5선발감이지만, 제구력을 좀 더 개선하거나 브레이킹볼을 더 가다듬으면 안정적인 4선발 정도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리하면, 일단 무브 자체는 만족스럽다. Ramsey는 어차피 이 팀에 자리가 없었고, Craig의 모습을 매일매일 보는 것도 괴로웠으며, Kelly는 포텐셜에 한계가 있는 선수였다. 이정도 희생으로 확실한 2-3선발 카드 한 장과 로또 한 장을 사온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이 무브로 인해 Taveras가 매일 출장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점이다. Taveras의 메이저 적응 여부는 여전히 변수이나, 계속 기용하면 설마 지난 4개월 동안의 Craig보다 못칠 것 같지는 않다. 타선에서의 변화를 보수적으로 0이라고 봐도, 로테이션에서 Lackey와 Masterson이 Kelly/CMart/MaGon 등을 대체한 효과는 잔여 시즌 동안 2승 이상 될 것 같다. 여기에 Wacha가 복귀하여 Miller를 로테이션에서 밀어낸다면 더욱 업글 효과가 크겠지만, 복귀 여부나 시점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한편으로는 CF로 계속 기용되던 Ramsey가 없어지고 Taveras가 RF로 고정되면서, 복사기의 직업 안정성이 높아졌다. Bourjos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는 모습이고, Grichuk은 여전히 컨택에 문제가 많으므로, 적어도 1-2년간은 복사기를 계속 쓰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상위 마이너에 딱히 복사기보다 나은 CF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트레이드가 알려진 후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꽤 안좋아졌던 모양인데, 자기들끼리 워낙 친했으니 기분은 나빴을 것이다. 그러나, 다들 지적하셨듯이 이런 선수들 간의 우정, 형제애만 가지고 야구를 할 수는 없다. 팀 잘 돌아갈 때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렇게 잘 안될 때에는 서로 친하다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고, Mo는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결단을 내려 주었다.


한편으로는 Rays가 생각보다 적은 대가를 받고 Price를 판 것을 보니 약간 아쉽기도 한데, 어차피 Price와 장기계약은 힘들다고 보면, 내년에 단돈 0.5M에 Lackey를 쓰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다음은 이 무브들을 반영한 40인 로스터 및 페이롤 업데이트 결과이다.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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