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에 투수코치 Dave Duncan이 사임하는 사건이 있었다.

Dave Duncan은 작년 시즌 중에도 부인이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병간호를 위해 한동안 팀을 떠나 있다가 플레이오프 때가 되어서야 복귀했던 적이 있다. 무려 30년 가까이 감독과 투수코치의 관계로 인연을 이어 왔던 TLR이 은퇴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에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계속 밝혀 왔었으나, 결국 와이프의 병간호를 위해 사직하게 되었다.



Dave Duncan에 대해서는 이전에 이 블로그에 장문의 분석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1편, 2편) 지금 다시 보니 Duncan 효과를 연간 1.5승 정도로 계산했던 것 같은데, 그의 연봉이 실제로 5M 수준이었으니 어찌보면 fair price에 계약을 해 왔던 셈이다.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즌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엄청난 영향을 주는 코치는 아니었고, 지나치게 투수들을 한 가지 스타일로 개조하려는 똥고집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의 기본적인 철학 - 볼넷을 주지 마라.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특히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라. 타자가 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싱커를 던져서 그라운드볼을 유도하라. - 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후임으로는 불펜코치 Derek Lilliquist가 승격되었는데, 외부에서 코치를 영입하기 어려운 시기이고, 이번 오프시즌 들어 내부 인물을 중용하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예상대로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불펜코치에는 마이너리그의 피칭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던 Dyar Miller가 승격되었으며, 피칭 인스트럭터였던 Brent Strom이 Miller 대신 피칭 코디네이터가 되었다. 새로운 인스트럭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듯하다. 구단 전체의 투구 철학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밸런스 포인트를 강조하던 Duncan이 떠남에 따라, Miller와 Strom의 natural mechanics가 조금 더 힘을 얻지 않을까 싶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라는 Duncan의 가르침을 살리되, 투구 자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유연하게 각 투수의 개성을 살리는 쪽으로 갈 수 있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1 시즌의 드라마틱한 우승 이후, 오프시즌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간단히 살펴보면...

Tony La Russa(감독)


16시즌 동안 감독으로 재직(1996-2011) 한 후 2011년 10월 31일에 은퇴를 발표하였다. 그의 후임은 Mike Matheny로 결정되었다.

Dave Duncan(투수코치)


16시즌 동안 투수코치로 재직(1996-2011) 한 후 2012년 1월에 와이프 병간호를 위해 사임하였다. 그의 후임은 Derek Lilliquist이다.

Jeff Luhnow(Senior VP of scouting and player procurement)


Luhnow는 9년 동안 VP로 재직(2003-2011) 하며 스카우팅 및 팜 디렉터로 일하다가 2011년 12월 Houston Astros의 새로운 단장이 되면서 사임하였다. 후임으로는 Dan Kantrovitz가 임명되었다.

Sig Mejdal(Senior quantitative analyst)


한때 NASA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던 Mejdal은 2004년부터 Cardinals의 스탯 분석을 담당하는 Senior quantitative analyst로 일하면서 Luhnow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고, 결국 2011년 12월 Luhnow가 Astros 단장이 되면서 Astros 프런트에 합류하였다. 후임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Luhnow가 사임했을 때 제발 데려가지 않았으면 했던 1인이었으나... 결국 데려가고 말았다.

Albert Pujols(1루수)


그는 1999년 드래프트 13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후, 2001 시즌 개막전 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여 11시즌 동안 지금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 정도의 기록을 남기고 2011년 12월에 FA로서 Angels와 계약하여 팀을 떠났다. 1루 수비는 Berkman이, 타선에서의 빈자리는 Beltran이 메꿔 줄 것으로 예상된다.


5명 중 가장 아쉬운 사람을 하나 꼽으라면, Jeff Luhnow가 될 것 같다.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던 선수와 감독, 투수코치를 모두 잃었고, 2000년대 중후반 이후 구단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스카우팅 디렉터와 스탯 분석 책임자까지 구단을 떠났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Cardinals를 응원해 온 지난 12-13년 중에서, 이번 2012 시즌이 가장 기대가 되고 있다. 이렇게 개막전이 기다려지는 시즌은 처음이다.


Today's Music: Semisonic - Closing Time (Live 2001)



"Every new beginning comes from some other's beginning's end."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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