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 Rios, 웨이버 공시를 통해 White Sox로 가다
Major League Baseball 2009. 8. 12. 20:52 |White Sox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팀동료 Alexei Ramirez와 잡담하며 놀고 있는 Alex Rios.
메이저리그 웨이버 공시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Blue Jays가 Alex Rios를 웨이버 공시하고, 그를 Chicago White Sox가 클레임해서 데려간 것이다. 무려 60M의 향후 연봉과 함께. 트레이드가 아닌 순수한 웨이버 클레임이었고, 따라서 White Sox는 아무도 내주지 않은 대신 남아있는 모든 계약 관계를 떠안게 되었다.
매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지나고 일정 시기가 되면, 구단들은 고액연봉자들을 웨이버 공시하여 다른 구단들의 반응을 떠본다. 클레임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구단이 있으면 트레이드 협상을 하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냥 웨이버 공시를 철회하여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다. 유명한 사례로는 이전에 Red Sox가 당시 매년 20M의 연봉을 받던 Manny Ramirez를 웨이버 공시했던 일이 있다. 당시엔 아무도 클레임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미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거의 없고, 3월 이후 US달러 대비 캐나다달러의 지속적인 평가절하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Blue Jays는(CAD의 USD 대비 화폐가치는 3월 대비 현재 15% 정도 하락한 상태이다. Blue Jays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도 페이롤이 15% 증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Alex Rios의 웨이버 공시를 철회하지 않았고, 결국 대가 없이 그대로 White Sox에 보내 버리고 말았다.
Alex Rios는 2010년부터 14년까지 총 58.7M의 고액 장기계약이 되어 있으며, 2015년에는 13.5M/1M Buyout의 팀 옵션이 걸려 있다. 돈을 아낀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겠지만, Rios는 Blue Jays 팜을 통해 성장한 스타 플레이어였다. 올해 타석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2006-2008년 3년동안 공수주 모두 평균보다 한참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외야수였다. 특히 코너 외야수로서 그의 수비는 Carl Crawford나 Randy Winn 등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커리어 RF UZR/150은 13.7에 달한다.)
White Sox의 Ken Williams 단장은 부상중인 Peavy 트레이드에 이어서, 이번에도 최고의 깡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올해 나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 5년간 60M의 거액을 지불해야 하는 Rios를 덥석 집어온 것이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리션들이 말하는 것처럼 Alex Rios가 앞으로 연평균 3.5~4.5 WAR 정도 해 준다면, 연봉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올 시즌이 끝나면 Jermaine Dye와의 계약이 만료되므로, Dye를 잡지 못한다고 해도 Rios로 그 자리를 때울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이전보다 공수 모두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White Sox는 Scott Podsednik과 Dewayne Wise, Brian N. Anderson 등을 CF로 기용해 왔는데, Wise와 Anderson은 각각 OPS .587, .641로 메이저리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저질 플레이어들이었다. Podsednik은 이들보다는 조금 나은 편인데... Carlos Quentin과 Podsednik, Rios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기용하면 좋은 라인업을 짤 수 있을 것이다.
Blue Jays의 입장에서... 이 사건은 그저 연봉을 아꼈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올해 28세의 Alex Rios는 Adam Lind, Aaron Hill, Travis Snider와 함께 팀의 주춧돌이 될 만한 플레이어였다. (Scutaro는 나이도 많고 올 시즌 끝나면 FA가 되므로 제외... Vernon Wells는 엄청난 연봉에 비해 하는일이 너무 없으므로 역시 제외...) 이런 플레이어를 땡전 한 푼 안받고 그냥 내주면서 단지 연봉을 아꼈다는 것에 만족한다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J.P. Ricciardi 단장은 뻘짓도 잘 하지만, 실수했다고 생각할 때에는 그걸 인정하고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드는 데에도 매우 빠르다. 올 시즌엔 이미 내년까지 10M 넘는 연봉이 남아 있던 B.J. Ryan을 그냥 방출한 바 있었다. 물론 이렇게 자르게 되면 내년까지의 연봉은 모두 Blue Jays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더니 이번엔 Rios를 조건 없이 다른 팀으로 보내 버렸다. 이런저런 뻘짓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Vernon Wells와의 계약은 그대로 남아 있는 채 말이다. 이런 식으로 구단을 운영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Ricciardi 단장은 Billy Beane의 최측근 중 하나였으나... Beane의 오른팔이었던 Paul DePodesta가 Dodgers에서 실패했듯이 역시 Blue Jays에서 삽질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금방 구단에서 짤렸었던 DePodesta와는 달리 꽤 오래 단장 노릇을 해 오고 있다(2001년 말부터 Blue Jays 단장이었으니 벌써 만 8년이 되어 간다). 나는 Ricciardi의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Moneyball 신화의 일원이라는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과연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해 그가 정말 정통한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Vernon Wells와의 말도 안되는 계약도 그렇고... Alex Rios를 거저 내주는 것도 그렇고... 세이버메트리션들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B.J. Ryan이나 Dustin McGowan, Shaun Marcum과 같은 나쁜 투구폼을 가진 투수들을 긁어모아서 그들이 모두 부상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구단은 세이버메트릭스 뿐 아니라 스카우팅의 측면에서도 역시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Ricciardi 단장의 계약 기간은 2010년까지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해고될 것 같다. 이런 삽질을 반복해서는 Fangraphs의 Erik Manning의 말대로 현실 세계의 메이저리그는 커녕 Fantasy League에서조차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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