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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주신 덕에 (?) 조연 모듬 리스트를 확정을 하지 못했다. 대신 불판도 갈을 겸 해서 조연 모듬에 넣으려던 다른 선수 하나를 준비했다. 사실 시리즈를 20편에서 종결할 생각이었으나, 필자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수들을 많이 깨우쳐주신 덕에 몇 편은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추억팔이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Ryan Franklin


Starter / Reliever

DOB: 1973년 3월 5일

Birth: Fort Smith, Arkansas

Time with Cardinals: 2007-2011

Draft and Minors

1992년 드래프트 23라운더인 Franklin은 "유망주" 와는 거리가 멀었다. 별볼일없는 구위를 다양한 레퍼토리와 그나마 쓸만한 커맨드로 메우는 (매우 낮은 Upside의 ) 허접한 투수였는데, 주니어 칼리지 (Seminole Junior College) 시절 2년간 20승 무패의 기록을 세운 점과 상당히 간결하고 안전한 투구폼을 지녔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그래도 23라운드 전체 642번으로 지명을 받았다.[각주:1] 프로 입문 5년만에 AAA볼 Tacoma까지 진입하긴 했는데, 90-92마일대의 평범한 패스트볼 + 다양하지만 자신없는 브레이킹볼 + 전무한 플러스피치로 ML레벨에 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Franklin은 97~99시즌 3년간 AAA볼에서 꾸준히 선발수업을 받으며  350이닝을 넘게 던졌고 평균자책 4.55를 기록했다. 이 당시 PCL의 경기당 평균 득점이 5.7을 넘었으며, 리그 평균 타율이 3할에 육박하고 리그 평균 OPS가 8할이 훌쩍 넘었음을 생각하면 Franklin 이 꽤나 선방했다고 봐야 하겠으나, "잘해봐야 스윙맨" 프로젝션을 받을만큼 Stuff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Franklin 본인도 훗날 "마이너 시절 내가 ML에서 승격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지 않았다" 고 회고했다.

"I never considered myself to have the best talent in the world, but I was always a fierce competitor and I worked really hard. If you told me in the minor leagues that I would have 10 years in the big leagues and be an All-Star, I would have said, 'Whatever,' because I never really had high expectations for myself. It's crazy what hard work and competing can do for you."

-Ryan Franklin, ESPN interview with Jerry Crasnick (03/28/2010)


Ryan Franklin's Minor League Track Record

YearTmLevWLERAGSIPHERHRBBSOWHIPBB9SO9SO/W
1993BellinghamA-532.921474.07224227551.3383.36.72.04
19943 TeamsA-A+-AAA1383.2527185.11756713321391.1171.66.84.34
1995Port CityAA6104.3220146.01537013431021.3422.76.32.37
1996Port CityAA6124.0127182.01868123371271.2251.86.33.43
19972 TeamsAAA-AA973.7322149.21426215381081.2032.36.52.84
1998TacomaAAA564.5116127.2148641832901.4102.36.32.81
1999TacomaAAA694.7119135.2142711733941.2902.26.22.85
2000TacomaAAA1153.9022164.01477128351421.1101.97.84.06
10 Seasons61603.921681170.211695101292778611.2352.16.63.11

AAA볼에서 4년째 정체중이던 Franklin은 2000 시즌 전환점을 마련했다. 소속팀 Tacoma에서 11승 ERA 3.90으로 커리어 최고 성적을 찍었고, 무엇보다 수년째 2점대에 머물던 BB/SO 비율이 갑자기 4.0을 넘기면서 ML 승격을 부르짖었다. Franklin은 커리어 내내 그럭저럭 괜찮은 제구력과 커맨드를 자랑했는데 (거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본다), 이 시즌에 딜리버리에 디셉션을 가미하면서 갑자기 K/9이 무려 7.8까지 올라갔고 (물론 이 해를 마지막으로 Franklin은 다시 이 수준으로 탈삼진을 잡아내지 못했다), 이 활약을 크게 인정받아 시즌 막판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Ryan Franklin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미국 대표팀 출신이다. 당시 미국 대표팀 로스터를 파헤쳐보면 대략 1) AAAA레벨 쩌리들, 2) BA Top 100에 수준의 고급 마이너 유망주들 (Sean Burroughs, Kurt Ainsworth, Adam Everett), 3) ML급 엘리트 탤런트 (Roy Oswalt, Ben Sheets) 들로 대략 구성되어 있었는데, 27세의 나이로 Mariners 산하 AAA 소속이던 Franklin은 당연히 1번 유형에 속하는 케이스였다. 이 대회는 Ben Sheets의 속칭 "하드캐리"[각주:2] 로 잘 알려져 있기에 Franklin을 기억하시는 분은 아마 없겠지만, 나름 3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대표팀 밥값은 충분히 했다.

시애틀 시절의 Franklin

Mariners 시절 (2000-2005)

올림픽에서의 선전 덕분일까. 28세의 늦은 나이에 ML에 자리를 잡은 Franklin은 2001시즌 불펜에서 Mop-up 으로 아주 좋은 활약을 했고 (78.1이닝 ERA 3.56), 2002시즌에는 스윙맨 (선발 12경기, 구원 29경기) 으로 뛰었으며, 2003년 Mariners 선발진에 진입해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커리어 최다인 212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 3.57로 실점을 억제했는데, 이는 타고투저 시대였던 당시 리그 ERA 탑 10에 드는 수치였다.[각주:3]  지역 언론에서는 이 해 "Jamie Moyer 를 제외하면 Mariners 로테이션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로 Franklin을 뽑았고, 특히 그가 득점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Run Support 4.66, 리그 하위권) Franklin이 15승은 넉넉히 했어야한다는 지원사격을 보냈다. 덕분에 Franklin은 Mariners로부터 2년간 4.3M의 꽤나 짭짤한 계약을 받았는데, 예상대로 이는 양측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괜찮아보였던 2003시즌도 뚜껑을 열어보면 불안요소가 한두개가 아니었다. 일단 삼진을 잘 잡지 못하니 FIP와 ERA와의 괴리는 끔찍한 수준이었고[각주:4] (FIP 5.17, ERA 3.57),  공이 느린 플라이볼 피처이다보니 (FB 44%, GB/FB 0.77) 피홈런 리그 1위 (34개)의 영광도 차지했다. 체인지업이 구리다보니 좌타자들에게만 홈런을 23개나 두들겨맞았고 K/9은 고작 4.2에 그쳤으니, 이 정도면 차세대 흑마술사의 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Franklin의 레퍼토리는 "패스트볼 + 슬라이더 + 커브 + 체인지업 + 스플리터 + 싱커 + 에다가 2003시즌에 커터를 도입했다" 고 써있는데, 구위가 부족하니 레퍼토리를 확장해서 그 갭을 메워야했던 Franklin의 부단한 노력이 안쓰럽다.  결국 2004년, Franklin은 우악스럽게 패스트볼을 존에 찔러넣다가 우타자들에게 호되게 당했고, 7~8월에는 무려 선발 11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거기에 Mariners 특유의 리그 최하위 득점지원이 계속되면서 (Run Support 3.1, 리그 최하위) 4승 16패라는 끔찍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He has so many weapons. We'll be in the bullpen saying, 'He's going to throw this now,' and then he throws something else for a strike. Last year it seemed like he was 0-1 or 0-2 against everybody. It's tough to hit down 0-2 no matter who you are." 

-Jason Motte, on Franklin's repertoire (03/28/2010)

7개의 구질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나 Franklin은 결국 운이 많이 필요한 홈런 프론, Finesse-Flyball pitcher 였다. 이런 투수들은 Sustained Success를 이어가기가 힘들고, Franklin의 선발투수로써의 가치는 2003시즌에 정점을 치고 아주 급격히 거품이 빠졌다. Franklin이 Cardinals로 이적해온 것은 2007년인데, 그 때 Franklin의 나이는 이미 34세로, 대체 뭘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던 상황이었다. 두들겨 맞는 걸로는 자신있었으며 (투수구장 홈으로 쓰면서 4년간 피홈런 100+개), Mariners에서 뛴 6년간 K/9이 4.7에 불과했던 투수를 영입했던 것이었기에 영입 당시만해도 이 투수가 향후 Izzy의 뒤를 잇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후 Franklin은 Cardinals에서 무려 5시즌을 뛰었고, TLR 시대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선수로 남게 된다.  

TLR ERA (1995-2011) 최다 경기 등판 순위

  1. Jason Isringhausen (401)
  2. Ryan Franklin (285)
  3. Kyle McClellan (245)
  4. Matt Morris (237)
  5. Chris Carpenter (195)

"It’s good to know (about closing), because I want to be prepared. It’s not going to be any different than the job I’ve been doing, really — I have to get three outs, under pressure. It just changes when I start getting ready."

-Ryan Franklin, upon getting the closer gig (2007, STL Post Dispatch, Derrick Goold)


2007-2008년: (35세에) 클로저 전환

Cardinals 유니폼을 입고 나서 Franklin은 "피홈런을 줄여라" 는 특명 아래 TLR+Dunc 의 조련을 받으며 커터와 싱커를 가다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다지 좌/우 스플릿이 없었던 Franklin이 땅볼 유도용 구질을 제대로 장착하면서 TLR이 가장 좋아하는 노예가 되었고, 2007년에 무려 69게임에 등판해 80이닝을 소화한다. 특히 2007년 전반기 Franklin은 보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할만큼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38경기에서 3승 무패 ERA 1.23, .204/.230/.280으로 상대 타자들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2007 전반기 Ryan Franklin : 38경기, 3-0, ERA 1.23, .204/.230/.280, 44IP 17K 4BB

2011 전반기 Edward Mujica : 41경기, 26 S, ERA 2.21, .188/.197/.315, 41IP 34K 2BB

불펜투수로써는 희귀한 5+-pitch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Franklin은 플러스 피치의 부재를 1) 무식하게 달려드는 승부욕, 2)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공격적 성향, 3) 타고난 연투능력으로 메웠고, 이런 메카니즘 덕분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릴리버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91-92마일 수준이었지만, 필요할 때는 최고 94.5마일까지 구속을 늘릴 수 있었으며, 원할 때는 86마일짜리 패스트볼도 던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싱커/커터의 비중을 늘리면서 선발 시절 35% 근처였던 GB%가 구원 전환 후 45%대로 크게 올라간 것이 피홈런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다시 보기 힘든 5+ pitch Closer


2008년 5월, Isringhausen이 DL에 올라가자 TLR은 별 망설임 없이 Franklin을 차기 클로저로 내세웠다. Franklin은 당시 시즌 첫 한 달간 무려 5차례의 연투를 했을만큼 팀에서 가장 꾸준한 노예였으며, 이미 불펜에서 Franklin의 위상은 Izzy 다음이었다. 물론 당시 Cardinals의 차기 클로저 재목으로 지목되던 Chris Perez에게 빨리 경험치를 몰아줘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베테랑 투수들의 경험을 존중하는 TLR의 취향과 고집은 Franklin을 우선시했다.  Franklin은 담담하게 보직을 받아들였고, 그럭저럭 역할을 소화하는 듯 보였으나 7월 말에 3경기 연속 피홈런 + 블론을 자행하며 TLR을 머쓱하게 했다. (상대 타자들은 Bill Hall, Ryan Braun, Fernando Tatis) 

2009년: 마법같은 시즌

엄청난 운이 작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Franklin의 2009시즌은 Cardinals 클로저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시즌 중 하나였다. 개막 이후 13경기 연속 무실점 (9세이브)을 기록하던 Franklin은 5월 10일 Reds전에서 Hairston과 Micah Owings에게 2피홈런을 허용하며 리드를 날렸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의 블론 이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전반기 내내 단 1실점만을 더 허용했다 (이후 20경기 19.1이닝 1실점, 팀 17승 3패). 그리고 후반기에도 이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가며 2009년 8월에는 11경기 11이닝 무실점 11세이브로 Reliever of the Month 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 단일시즌 Sub 2.00 ERA, 35+ Saves (2000-2009)

  1. John Smoltz (2003, ERA 1.12)

  2. Eric Gagne (2003)

  3. Armando Benitez (2004)

  4. Takashi Saito (2007)

  5. Robb Nen (2000)

  6. Billy Wagner (2005)

  7. Derrick Turnbow (2005)

  8. Billy Wagner (2003)

  9. Chad Cordero (2005)

  10. Ryan Franklin (2009, ERA 1.92)

8월 30일까지 Franklin의 성적은 35세이브 ERA 1.05에 리그 구원 1위. 이렇게 능력 이상의 페이스로 스탯을 쌓아가는 선수들이 시즌을 무난히 마무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듯이, 월간 마무리 상을 수상하자마자 Franklin은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즌 내내 그를 버티게 해준 패스트볼 제구가 엉망이 되면서 9.1이닝동안 상대타자들에게 .405/.521/486로 두들겨맞았고, 볼넷 10개를 내주며 3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자기 공은 멀쩡한데 등판간격이 들쭉날쭉해서 결과가 안좋았다고 말을 돌렸지만, 이도 없고 잇몸도 사실상 없는 Franklin 입장에서는 제구가 되지 않으면 임무를 절대 수행할 수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되서 2009 NLDS 2차전에서 Franklin의 제구 난조는 결국 결정적인 블론세이브와 시리즈 패배로 이어졌다.

넌 나 아니었으면 진작 은퇴했어


총평: TLR이 살린 5-pitch Closer

불펜 분업화 패러다임을 갈고 닦은 TLR에게 클로저 역할의 중요성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그런데 클로저를 뽑는데 있어서 TLR의 취향은 몹시 분명했다; 첫째는 제구였고, 둘째는 (클로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Make-up 이었다. 커리어 내내 제구는 그럭저럭 쓸만했으며, 상대 타자를 물어뜯고 싶어하던 Franklin은 이 두 가지 조건에 잘 부합했으며, 그랬기에 허접한 공으로도 Izzy의 후계자로 낙점되어 TLR의 클로저로 활약할 수 있었다. 다른 감독, 다른 구단이었다면 Franklin은 Mop-up guy 혹은 잘해봐야 비컨텐더 팀의 4~5선발로 뛰다가 은퇴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인 투수였다. 허나 어린 시절부터 팬이었던 (Franklin이 자란 Oklahoma도 Cardinal Nation이다) 고향팀과 계약 후 TLR을 만나 성공적으로 릴리버로 전환했으며, 이후 생각지도 못했던 영광까지[각주:5] 누리게 되었으니 선수 본인에게는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어쩌면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Franklin도 은퇴 이후 Cardinals 프론트 오피스에서 일을 도우기로 한 게 아닐까?

은퇴 이후 Mozeliak의 Special Assistant 라는 직명으로 구단 운영일을 시작한 Franklin은, 일단 본인의 고향 Oklahoma 지역에서 스카우팅 일을 돕고 Mozeliak의 선수 평가 (Player Evaluation)을 보조하는 것으로 직무를 시작했다. 사실 허울뿐일 수도 있는 이런 비공식적인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Franklin의 현장감있는 시야와 근면함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순식간에 Mozeliak의 측근으로 자리를 잡았다.  Cardinals 측에서도 Franklin을 애리조나 지역에 있는 Scout School에 보내 본격적인 스카우트로써의 교육을 받게 했으며, 드래프트에서 Cardinals를 대표해 드래프티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 해 드래프트에서도 큰 이변이 없다면 Cardinals 수뇌부를 대표해서 선수 이름을 호명하는 Franklin을 보게 될 것이다. 

"You keep an open mind and look for two things. Can he control his emotions, and can he locate? And when he locates, is it good enough to avoid hard contact? You have to have enough stuff where the ball is tough to center, and makeup is critical. If you get too emotional and throw balls [out of the strike zone] or balls down the middle, that doesn't work."

-Tony La Russa, on what he wants from his closers (ESPN, 2010)

통산 Contact Rate이 84%를 넘는 Franklin은 결코 컨텐더 팀의 "최종 보스" 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었다.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커리어 7.2%), 당연히 클로저의 기본인 탈삼진도 기대할 수 없었다 (릴리버 전환 후 5.7 K/9). 맞춰잡는 마무리의 최대 단점은 "페이스가 한창 좋을 때도 운이 필요하다"는 점일텐데[각주:6], 2009년 NLDS에서 이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몇 차례의 재앙같은 경기들을 제외하고 나면, Franklin은 준수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보직을 능력 이상으로 소화해냈다고 본다. 좀 취향이 변태스럽지만, 리그에서 가장 Underwhelming 한 구질들을 보유했으며 Strikeout Pitch가 전혀 없는 만 36세 투수가 절묘하게 9회의 긴장감을 소화해내며 어찌어찌 리드를 지켜내는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흔한 일 같지만 사실 커리어 중간에 Starter --> Closer 전환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John Smoltz와 Dennis Eckersley 같은 "뭘 시켜도 잘할 역대급 탤런트"를 갖춘 투수들을 제외하고 나면, 커리어에서 선발투수와 클로저로 따로 따로 밥값을 한 케이스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것도 투수로써 모든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질 시기인 35세의 나이에, 아주 허접한 패스트볼을 지닌 투수가, 갑작스럽게 클로저로 전환해서 성공한 케이스는 정말 드물다. 

35세 이후 Saves 랭킹 (Source: Elias Sports Bureau)

PitcherSaves after 35
Ryan Franklin

81

Tim Worrell

64

Woodie Fryman53
Al Reyes29
Mark Leiter29

그래서 Ryan Franklin의 케이스는 상당히 특이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Baseball-Reference의 도움으로 찾아보니 60승 / 80세이브 / 100 GS / 200 GF 를 모두 기록한 선수는 1961년 이후 고작 6명 뿐이며, 여기서 Franklin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Career 60W, 80S, 100GS, 200GF, 1000 IP 클럽 (...)

  1. John Smoltz
  2. Dennis Eckersley
  3. Tom "Flash" Gordon
  4. Ron Reed
  5. Dave Giusti
  6. Ryan Franklin (!!!) 

Ryan Franklin's 3대 블론

워낙 많이 등판했으니 Franklin 의 이름을 들으면 생각나는 경기들이 있긴 하다. 그런데 좋은 기억들보단 안좋은 기억들이 훨씬 많다. Franklin의 3대 블론을 필자 재량껏 추려보았다.

블론 #1 (10/8/2009)

NLDS 2차전, Dodgers 원정에서 Kershaw와 Wainwright의 맞대결. 27세의 Wainwright은 지금처럼 "신선같은" 모습은 없었으나 싱싱한 어깨로 강한 패스트볼과 커브를 구사했으며, 8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Dodgers 타선을 봉쇄했다 (그리고 이후 5년간 포스트시즌에서 Waino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은 거의 없다).  2:1 리드에서 9회, Trevor Miller가 좌상바 Ethier를 무난히 내야 팝업으로 잡아내고 나서 시리즈 초반부터 Cardinals의 구멍 취급을 받던 Franklin이 마운드에 올랐다. Franklin이 선두타자 Manny 를 중견수쪽 큼지막한 플라이볼로 잡아내는 순간 Cardinals의 산술적 승률은 무려 96%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단이 났다.

Inn Score RoB Pit(cnt) Batter Pitcher wWE Play Description
b9 1-2 --- 5,(2-2)  J. Loney R. Franklin 14% Reached on E7 (Line Drive); Loney to 2B
b9 1-2 -2- 9,(3-2)  C. Blake R. Franklin 17% Walk
b9 1-2 12- 1,(0-0)  R. Belliard R. Franklin 61% Single to CF (Fly Ball); Pierre Scores/unER; Blake to 2B
b9 2-2 12- 3,(2-0)  R. Martin R. Franklin 63% Passed Ball; Blake to 3B; Belliard to 2B
b9 2-2 -23 4,(3-0)  R. Martin R. Franklin 66% Walk
b9 2-2 123 2,(0-1)  M. Loretta R. Franklin 100% Single to CF (Line Drive); Blake Scores/unER; Belliard to 3B; Martin to 2B

James Loney의 타구를 놓친 Holliday의 유명한 "낭심캐치" 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이 플레이 이후 Franklin이 Casey Blake 정도의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 Franklin은 우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우타자에게 전혀 강점을 보이지 못했으며 (통산 .266/.310/.447), 가장 큰 이유는 Franklin의 패스트볼이 너무 Hittable 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여기서 Mitchell Boggs, Jason Motte 등 우타자들에게 패스트볼만 작정하고 던질 줄 아는 투수를 투입했더라면...그랬더라면...

블론 #2 (07/06/2010)

쿠어스필드에서 9:3으로 Cardinals가 Rockies를 상대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8회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Dennys Reyes가 경기를 마무리 지으러 올라왔는데, 안타 2개와 패스트볼로 실점을 하더니  1사  1,2루를 만들어놓고 5점차 리드에서 Franklin에게 경기를 넘겼다. 그리고 나서 생긴 일들이 아주 가관이다.

2013시즌 초 Mitchell Boggs의 핵실험들을 겪으신 분이라면 어느 정도 클로저 Melt-down에 있어서 면역력 향상 주사를 맞은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Franklin의 Melt-down은 차원이 달랐다. 비교적 안정적인 커맨드를 자랑하는 Franklin이었으나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고, 제구가 안잡히는 날에는 7가지 구질 중 어느 공을 던져도 미트볼이었다. 2010년 7월 6일은 필자가 본 Melt-down 중 가장 끔찍한 케이스 중 하나였다. Franklin이 등판하자마자 첫 타자에서 쓰리런을 허용하더니 이후 4안타 허용 후 다시 끝내기 쓰리런으로 5점차 리드를 날리는 모습은 (4:9 -> 12:9) 아마겟돈 수준의 대서사시였다. 당시 U. Colorado 에 있던 필자의 친구는 (이 분도 Cards팬) 쿠어스필드에서 이 경기를 직관한 뒤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으며, 그 해 가을부터 필자가 누차 설득했던대로 Anti-Franklin 캠프로 돌아섰다. 

잘잘못을 따질 순 없지만, 또 동시에 잘잘못을 안 따질 수도 없다. 2009년 NLDS는 두고두고 아쉽다.


블론 #3 (04/17/2011)

이미 이 경기 전에 Franklin의 클로저 수명은 사실상 다했다고 봐야한다. 그는 4월 8일 Giants전에서 4:3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Sandoval에게 적시타를 맞아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갔고, 다음 날인 9일에는 2: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Tejada에게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각주:7] 14일 Dodgers 전에서는 5점차 상황 (9:4) 에서 등판해 Kemp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었다. 이미 4차례 세이브 기회 중 3번을 날리고 받은 5번째 기회에서 Franklin은 선두타자 Kemp에게 2-2에서 패스트볼을 한 가운데로 떠먹여주었고, 이게 경기를 끝내는 역전 투런이 되어버렸다. 경기 전 수염까지 깎고 나와서 분위기 전환을 노렸던 Franklin 입장에서는 끔찍한 결과였다.

Franklin은 경기 후 "1) 내 공은 별 문제 없다, 2) 구위가 문제가 아니라 구질 선택이 문제였다, 3) 이런 건 별일 아니다" 를 외쳤는데, 하도 여러 경기를 짧은 시간에 말아먹었던 터라 이런 대응은 오히려 화를 불러왔다. 특히 며칠 전에 홈런을 허용했던 Kemp에게 2타석 연속 홈런을 허용한 터라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점에 이르렀던 상태였고, Franklin이 Kemp에게 던졌던 공이 워낙 한 가운데로 들어온 탓에 "my stuff's fine" 이라는 변명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들렸다. 

"My stuff's fine, everything in the arsenal's still there. I haven't lost anything. Sure, if you're human it's going to affect you, but you can't let it affect you on the mound. What it boils down to is I've got blood going through my veins, so sure it affects you. I'm not going to lie."

-Ryan Franklin, after 4th BS in 5 SVO (ESPN, 04/20/2011)

이 경기를 기점으로 Franklin은 St. Louis 에서 상당히 드문 일인 "홈팬들의 야유"를 받기 시작했으며, 4월 20일에는 TLR이 직접 Franklin을 클로저 자리에서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후 열흘이 지난 4월 30일, Franklin은 공식적으로 롱 릴리프 역할로 강등되었다. 어쩌면 Franklin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일지도 모르는 그 위치에서 Low-leverage 상황만 골라 등판했으나 전혀 투구 내용이 나아지지 않았고, 2달 후인 6월 28일에 Cardinals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게 된다. 방출 통보를 받고도 Franklin은 선수생활 연장에 강한 의지를 표출했으나, 그의 선수 생명은 사실상 끝난 것과 다름 없었다.


by Doovy













  1. 나름 1992년 드래프트 동기들인 Rich Aurilia, Geoff Jenkins 같은 선수들보다 높은 순위이다. [본문으로]
  2. Ben Sheets는 올림픽에서 22이닝 1자책점을 기록했다. [본문으로]
  3. AL ERA 10위는 3.60으로 시즌을 마감한 Indians의 C.C. Sabathia였고, Franklin은 3.57로 9위에 랭크되었다. 극히 허접한 stuff의 소유자인 Franklin이 200이닝을 소화하면서 CC만큼 실점을 억제했다는 점은 존중해줄만 하다. (한편 ERA라는 스탯의 허점이 격하게 느껴진다) [본문으로]
  4. Franklin이 기록한 단일시즌 ERA-FIP 괴리 수치는 -1.61로, 2000년대에 이보다 더 FIP에 ERA를 잘 받은 투수는 없었다 (2위 1.58 Elmer Dessens, 2002) [본문으로]
  5. 2009년 올스타, 2009 Sporting News 선정 Reliever of the Year [본문으로]
  6. 심지어 2009년 8월에 월간 마무리상을 수상했을 때도 11이닝을 던지혀 삼진 4개, 볼넷 6개에 그쳤다. 세이버매트리션들이 극히 혐오할 투수이다. [본문으로]
  7. 물론 이 경기에서 Tejada의 2루타는 사실 Colby Rasmus가 놓치지 않을 수 있던 타구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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