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력은 예나 지금이나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능력이다. 이전의 글에서 UZR이나 +/- 같은 최신 수비 스탯을 소개한 바 있지만, 객관성과 정확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타구에 대해 "어느 수비수가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가"의 문제는 결국 일정 부분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세이버메트릭스의 입장에서, 수비보다도 더 미개척으로 남아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주루 능력이다.

"무슨 소리냐...!! 도루성공/실패가 있지 않느냐???" 라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주루 능력은 단순히 도루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타자가 동일한 1루타를 쳤을 때, 1루에 있던 주자가 2루까지 가느냐 3루까지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똑같은 외야 플라이에서 3루 주자가 홈에 뛰어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도 있다. 타자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가 외야수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 되었을 때, 주자가 무사히 원래의 베이스로 귀환하느냐와 귀환하지 못하고 병살 처리되느냐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무수히 많다. 도대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Tom Tango는 <The Book>에서 도루 성공과 실패의 득점 가치(Run Values)를 아래와 같이 도출한 바 있다.

도루 성공 : 0.175 Runs
도루 실패 : -0.467


다른 스탯에서도 설명했듯이 여기서 가치가 0.175 라는 것은... 주자가 도루에 성공하면 해당 이닝에서 공격측의 득점 기대값은 0.175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실패하면 아웃카운트가 늘어나면서 0.467점 낮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WPA와 같은 개념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원래 가치라는 것이 이렇게 간단하게 한마디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 것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도루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다. 2루 도루와 3루 도루는, 팀 득점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무사에서의 도루와 2사에서의 도루도 역시 가치가 다르며, 1회 0-0 동점에 하는 도루와 9회 3-2 1점차 리드에서 하는 도루도 가치가 다르다. 위의 0.175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평균하였을 때 도루의 가치이다. 162게임의 긴 시즌을 뛰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하게 되므로, 평균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도루 성공과 실패가 위와 같은 득점 가치를 갖는다면, 평균적으로 도루 성공률이 72.7%를 넘지 않으면 오히려 소속팀에 해를 끼치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한 시즌에 10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더라도, 도루 실패가 38개 이상 된다면, 도루 시도를 아예 전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 도루는 그렇다 치고... 다른 주루 능력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솔직한 내 생각은... 이건 정말 아직 답이 없다는 것이다.  -_-;;;

세이버매트릭스의 대표적인 오타쿠 집단 중 하나인 Baseball Prospectus는 나름의 통계적 분석을 통해, 주루플레이를 측정하는 스탯을 개발했다. 도루 및 상황별 진루 능력을 각각 평가하여 EqGAR, EqSBR, EqAAR 등을 산출하고, 이를 모두 더해서 EqBRR을 계산하는 것인데... 2008년 기록을 보면 Ichiro Suzuki와 Willy Taveras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주자였던 것으로 나온다. 반면 현재까지의 2009년 시즌에서는 Michael Bourn이 압도적으로 우수한 주루플레이를 해 오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이 스탯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라는 점이다. 어떤 상황이 진루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 같은 것은 수비 스탯에서 어떤 타구가 어느 수비수가 책임져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어떻게 계산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싶지만 계산식이 비공개여서 알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 Baseball Prospectus의 독창적인 스탯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너무 분위기가 덕후스럽고 계산 방법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책인 <Baseball inside the Numbers>를 읽어도 마찬가지인데, 계산식이나 방법은 소개해 주지 않고 결과만 보여 줘서 당혹감을 느낄 때가 많다. (게다가, 지난 번 EqA에서 보았듯이, 설사 계산 결과를 알려주더라도 너무 복잡해서 직접 계산을 통한 활용이 불가능하다...)

** 추가 수정(09/11/18) : 몇 달 동안 여러 세이버메트릭스 커뮤니티에서 EqBRR에 대한 평가를 살펴본 후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EqBRR은 꽤 쓸만한 스탯인 것 같다. 앞으로 주루플레이에 대한 스탯이 필요할 경우는 때에 따라 EqBRR을 사용할 계획이다. 위의 문단은 조금 지나치게 비판적이었던 것 같다. 물론 여전히 BP의 일부 스탯들(WARP, FRAR 등)은 인정하기가 참 어렵지만...


참고로, Fangraphs 에서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실제로는 플레이어 페이지에서 Value 항목의 "Batting"에 도루성공과 실패가 반영되어 있다. 그 밖의 주루 능력은 아직까지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Fangraphs에서 Ichiro의 성적을 보면...  2007년 그의 Batting Value는 25.9 Runs로 나와 있다. 이 수치에는 Park Factor 뿐 아니라, 그 해에 기록한 37 도루 성공/8 도루 실패도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Fangraphs의 데이터를 참고할 때에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시기 바란다.


여기까지 해서, 타자의 공격력과 수비력, 주루 능력을 살펴보는 방법을 차례로 모두 알아보았으며, 비교 대상이 되는 Replacement에 대해서도 살펴 보았다. 또한, 각 수비 포지션에 따른 Positional Adjustment의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 보았다. 다음 세이버메트릭스 포스팅은 타자를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종합편이 될 것이다.

Posted by FreeRedbi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