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번트, 혹은 보내기번트는 야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작전 중 하나이다. 특히 우리나라 야구는 희생번트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통계를 내 본 적은 없으나... 우리나라 야구중계를 보다 보면 종종 드는 생각이다. 1번타자가 출루하면 2번타자는 곧바로 번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주 일상적인 모습이지 않은가???)

무사 1루의 상황에서 희생번트가 "성공"하면 1사 2루로 바뀐다.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장타가 아니면 점수가 나기가 어렵지만, 2루에 있으면 단타에도 득점이 가능하므로, 왠지 득점하기가 쉬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이렇게 되면 실제로 점수를 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Tom Tango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메이저리그의 모든 경기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었다.

RE 99-02 0 1 2
Empty 0.555 0.297 0.117
1st 0.953 0.573 0.251
2nd 1.189 0.725 0.344
3rd 1.482 0.983 0.387
1st_2nd 1.573 0.971 0.466
1st_3rd 1.904 1.243 0.538
2nd_3rd 2.052 1.467 0.634
Loaded 2.417 1.65 0.815

표의 왼쪽은 주자가 어떻게 있는지이고, 위쪽은 아웃을 의미한다.
각 상황별로 해당 이닝에 득점한 점수의 평균 값을 산출한 결과이다.
예를 들어 무사 1루의 상황은 1st, 0 out이므로, 이 이닝에서의 득점 기대값(Runs Expectancy)은 0.953인 것이다. 이해가 되시는지??
이제 희생번트가 성공하여 1사 2루의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하자. 위의 표에서 1사 2루를 보면 득점 기대값은 0.725로 떨어져 있다. 헉... 희생번트가 성공했는데 득점 기대값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무사 2루에서 희생 번트를 성공시켜서 1사 3루로 바뀌면? 득점 기대값은 1.189에서 0.983으로 역시 낮아진다.
1사 1루에서 희생 번트를 성공시켜서 2사 2루로 바뀌면? 득점 기대값은 0.573에서 0.344로 더욱 크게 낮아진다.
무사 1,2루에서 희생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면? 득점 기대값은 1.573에서 1.467로 역시 낮아진다.

희생 번트가 성공할 경우, 어떠한 상황에서도 득점 기대값이 낮아진다. 즉 오히려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면 손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 희생 번트의 성공으로 아웃카운트가 늘어나서 다득점의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득점 기대값이 낮아지는 것은 아닐까? 혹시 점수를 낼 확률 자체는 높은데 다득점이 안될 뿐인 것 아닐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이번엔 Tom Tango의 다른 표를 살펴보자.
이 표는 위의 표를 확장한 것으로, 실제 상황별로 발생한 득점을 0점부터 5점 이상까지 세분화한 것이다.

Base Outs Runs
0 1 2 3 4 5+
Empty 0 0.707 0.154 0.074 0.035 0.016 0.013
Empty 1 0.827 0.101 0.042 0.017 0.007 0.005
Empty 2 0.923 0.051 0.017 0.005 0.002 0.001
 
1st 0 0.563 0.176 0.132 0.067 0.034 0.028
1st 1 0.717 0.123 0.091 0.04 0.017 0.013
1st 2 0.864 0.062 0.049 0.016 0.006 0.003
 
2nd 0 0.368 0.348 0.142 0.076 0.035 0.03
2nd 1 0.594 0.23 0.098 0.045 0.018 0.014
2nd 2 0.777 0.147 0.049 0.017 0.006 0.003
 
3rd 0 0.136 0.542 0.164 0.09 0.035 0.033
3rd 1 0.338 0.478 0.106 0.045 0.018 0.014
3rd 2 0.737 0.187 0.05 0.017 0.006 0.004
 
1st_2nd 0 0.359 0.219 0.165 0.127 0.07 0.059
1st_2nd 1 0.574 0.161 0.11 0.088 0.038 0.028
1st_2nd 2 0.769 0.106 0.058 0.044 0.015 0.008
 
1st_3rd 0 0.124 0.417 0.174 0.142 0.076 0.067
1st_3rd 1 0.345 0.37 0.119 0.092 0.042 0.031
1st_3rd 2 0.715 0.151 0.061 0.049 0.016 0.008
 
2nd_3rd 0 0.144 0.249 0.307 0.147 0.079 0.074
2nd_3rd 1 0.305 0.285 0.218 0.101 0.053 0.038
2nd_3rd 2 0.724 0.054 0.141 0.049 0.021 0.011
 
Loaded 0 0.128 0.255 0.211 0.143 0.134 0.13
Loaded 1 0.33 0.252 0.151 0.106 0.093 0.068
Loaded 2 0.675 0.092 0.105 0.055 0.048 0.025
 

가장 흔히 희생번트를 시도하는 상황인 무사 1루 --> 1사 2루를 보자. 해당 이닝에서 딱 1점을 득점할 확률은 무사 1루가 0.176, 1사 2루가 0.23으로 마치 1사 2루가 더 나은 것처럼 보인다. 그럼 희생번트가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 답은 전혀 아니올시다 이다. 위의 표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사 1루는 1사 2루보다 다득점의 기회가 훨씬 많은 것이다. 1점만 내도 좋겠지만, 2점이나 3점을 내도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점수를 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0점만 아니면 좋은 것이다. 즉 1점 득점의 확률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0점에 그칠 확률을 비교하여 무득점할 확률이 적은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무사 1루에서 결국 0점에 그칠 확률은 0.563이다. 반면 1사 2루의 경우는 0.594이다. 이렇게 해서 다시 한 번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희생번트가 성공하면 득점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진다.


이 표의 저자인 Tom Tango는 또다른 의문을 제기한다. "희생번트"와 "희생번트 시도"는 다르다는 것이다. "희생번트"는 타자가 아웃되고 주자가 진루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희생번트 시도"는 희생번트를 시도해서 얻는 모든 결과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수비실책으로 타자와 주자가 모두 세이프 된다든지, 병살타로 모두 아웃 된다는지 등등의 모든 가능성을 포함한다. 이 경우 위의 계산 결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 내용은 그의 유명한 책인 <The Book>에 자세히 나와있다. 마침 최근에 이 책을 입수했으므로, "희생번트 시도"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한 번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하지만, 미리 말해 두자면... "희생번트가 성공할 경우 득점이 어려워진다"는 결론은 여기에서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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