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r League Baseball

Pujols, Pujols 그리고 또 Pujols: 고마해라, 마이 했다 아이가

FreeRedbird 2011. 12. 13. 14:34
Fact : 지난 11년간 Cardinals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퍼포먼스를 선사해 온 수퍼스타 Albert Pujols는 LA Angels of Anaheim과 10년 254M + 알파 (은퇴 후 10년간의 "Personal Service"까지 도합 20년 계약임) 에 계약을 맺었다. 끝.


이런 글은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난 Pujols가 데뷔하기 이전부터 Cardinals 팬이었고, 그가 2001년 데뷔한 뒤 11년간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 하는 모습을 보아 왔다. 아직도 인상이 남아 있는 경기, 기억이 생생한 순간들이 참 많다. NLCS에서 Brad Lidge를 상대로 체감 비거리 500 ft 짜리 9회 역전 홈런을 날리던 장면, Cubs를 상대로 5타수 5안타 3홈런 5타점을 올리던 경기, Pirates를 상대로 3홈런을 날려서 상대 선발 Ian Snell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인간이 아니다. 수퍼맨을 상대로 경기를 하는 것 같다. 홈런 치고 베이스를 도는 Pujols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싶을 정도였다." 라고 말하게 만들었던 그 경기, Reds를 상대로 워크오프 포함 3홈런을 날렸던 경기, Big Mac Land의 글자판을 맞췄던 타구..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만큼, 그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초인적인 플레이들을 보여 주었다. 팬으로서 참 즐거웠고, 그런 즐거움을 주어서 고마웠다. 야구 외적으로도, 다양한 자선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솔직히 인간적으로는 문제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남의 말을 무시하는 태도인데, 3루 코치 Oquendo의 정지 사인을 무시하고 무모하게 홈으로 뛰어들다 아웃되는 일은 그야말로 부지기수였다. 맨날 TLR처럼 "9회까지 열심히 뛰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본인은 내야땅볼 때 1루로 열심히 뛰지 않고 그냥 아웃 되었다. 난 미국에 살지 않아서 경기장에서 그를 직접 볼 일은 없었지만, 그는 팬들에게 퉁명스럽고 사인 잘 안해주는(심지어 눈길도 잘 안 마주치는), 참 비싼 스타 플레이어였다. 자칭 "리더"라면서도 리더답게 처신하기는 커녕 Colby와 같이 맘에 안드는 동료선수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Pujols는 TLR과 함께 야구장 밖에서의 언행으로 여러 가지 말썽을 일으키고 다녔는데, 작년 시즌이 한참 진행중이던 때에 보수주의자 Glenn Beck의 행사에 참가하여 정체불명의 상을 받은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인간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야구선수는 야구로 말하는 것이기에, 이시대 최고의 플레이어인 그를 좋아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내가 좋아하는 Cardinals에서 뛰어 오지 않았던가. 그의 열렬한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3루에서 홈으로 무모하게 뛰어들다가 아웃 되어도, 승리를 향한 갈망 때문에 열심히 뛰다보니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했다. 내야땅볼을 치면 설렁설렁 걷다가 그냥 덕아웃으로 들어가 버려도, 몸이 재산이니 괜히 전력질주하다 부상당하는 것보다 낫지 라고 합리화했다. 언론과 팬에게 쌀쌀맞은 것도, 워낙 수퍼스타이다 보니 일일이 신경쓰려면 힘들겠지 라고 생각했다. 늘 그런 식이었다. 거의 항상 그의 편에서 그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해 왔었다. 얼마 전까지 말이다.

.....

월드시리즈 우승 후, Pujols는 FA가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에게 계약을 제시하지 않는 것 같았고, 별 수 없이 재계약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Marlins가 뛰어들어 구단주가 직접 미팅도 하고 새 구장도 보여주고 하면서 진지하게 나왔다. 그렇게 2파전인 것 같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Angels와 계약을 맺었다. 전날 밤에 Moreno와 30분 간 통화하고 나서 바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10년 254M의 기본 계약에 full NTC가 포함되어 있고, 디퍼도 전혀 없는 데다가, 여러 가지 마일스톤의 달성에 따라 최대 280M 수준까지 올라가는 인센티브 조항들이 들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10년 계약이 끝나고 나면 또다시 Personal Service 라는 명목으로 10년간 Angels 구단에서 자리를 마련해 줄 모양이다. 정말 너무너무 좋은 조건이다. 이 정도면 나 같아도 이적하겠다. Cardinals의 최종 오퍼는 10년 210M에 그중 30M 디퍼였다니, 차이가 엄청 큰 것이다.

그래서 선수는 가장 좋은 조건, 가장 잘해주는 구단으로 떠나고, Cardinals는 안타깝지만 능력이 안 되어 못 잡았으니 가능한 여건 안에서 다른 대안들을 마련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되었다. 앞으로 선수도 구단도 다 잘 되면 좋을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끝 이어야 했다.

...근데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일까?


Matt Holliday와의 7년 120M 계약 후, Holliday가 자기보다 연봉을 많이 받아서 맘 상했다? 그거 Pujols가 재계약 하라고, 자기는 위닝 팀에서 뛰고 싶다고 프런트에 압력을 넣어서 계약 한 거 아니었던가? 당시 Jason Bay가 AAV 16M 이상 받았을 때였다. Holliday를 그보다 적은 연봉으로 계약하라니 미션 임파서블이 아닌가? 그래놓고 마지막 해가 되기 전까지 연봉 재협상 안하겠다고 한 것도 역시 Pujols가 아니었던가?

Moreno 구단주가 너무나 절실하게 자신을 원했기 때문에? 비행기 표 주고 불러서 새 구장도 보여주고 식사도 함께 한 Jeffrey Loria랑은 만나서 덕담만 나누고 헤어진 것인가? DeWitt과 Mozeliak은 별로 원하지도 않는 32세의 선수에게, 그것도 쇠퇴의 징후도 보이고, 약간은 실제 나이도 의심스러운 선수에게, 10년 계약을 제시한단 말인가? 30분만에 Moreno의 매력에 푹 빠졌다니, Moreno가 만약 자동차나 보험 영업사원이었다면 세계 1위의  판매왕이 되었을 것이다.

God이 Angels로 가라고 인도해 주셔서? 아아... 이건 진짜 진짜 할 말이 없다. 패스. 이런 드립은 제발 좀 하지 말자.

돈이 아니라 commitment 때문이다? 뭘 어떻게 보장을 해 줘야 만족하는 것일까? Cards에 남았으면 어차피 10-5 player이니 NTC는 자동으로 가져가는 거였고... Angels처럼 은퇴 후 10년을 보장 안해줘서 불만이라는 것인가? 10년 동안 얼마를 더 받고 무슨 서비스를 받는 건지 모르겠지만, Cardinals 구단은 Red Schoendienst에게 아직도 special advisor라는 직함을 주고 예우를 하고 있을 만큼, 전통을 꽤 소중히 여기는 구단이지 않은가? 그가 커리어를 모두 이곳에서 보냈다면, 그 이후에 정말 아무 것도 없었을까?


차라리 그냥 "Cardinals에서 제시한 금액이나 기간이 맘에 안 들었는데, Angels가 워낙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이적하게 되었다" 정도로 끝났더라면, 팬들도 "젝일.. 우리는 왜 LA처럼 빅마켓이 아닌 걸까.." 정도로 끝났을 것을. 비록 Musial 이상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안 되었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최고의 Cardinals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영화 머니볼에도 나오듯이, 메이저리그는 공정하지 않은 세계이다. 그게 돈이든 계약기간이든 뭐든 간에, 결국 Cardinals는 Angels만큼 입맛에 맞는 제안을 해줄 능력이 없었다. Cardinals는 Angels처럼 TV중계권으로 많은 돈을 벌지도 못한다. Bill DeWitt은 억만장자이긴 하지만, 그에게 돈을 더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돈을 더 내라니.. 강도와 뭐가 다른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10년 210M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Pujols와 Holliday 두 명에게 페이롤의 40% 이상을 지불하게 되는 황당한 구조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eWitt과 Mozeliak은 마지막에 10년 계약안을 제시했다. 할 만큼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Pujols에게도 여기 팬들을 생각해서 돈 좀 적게 받더라도 남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른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평소에 황당한 주장이 난무하고 이유없이 프런트를 비난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Post Dispatch의 포럼에서조차도, 이 건에 대해서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팬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성의 운운하며 프런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의라는게 뭘까? 20년 400M 쯤 질러주면 성의좀 보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단은 앞으로 기대되는 미래의 활약 수준을 생각해서 계약금을 제시하는 것이지, 과거에 대한 보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 온게 얼마인데 이 정도는 줘야지..." 라는 논리라면, 먹튀들은 반대로 죄다 연봉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슨 구단주가 화수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가서 잘 살기 바란다. 이제 신경 끊을 거고, 앞으로 이런 글 쓸 일도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꼭 MVP급 활약을 해서, Angels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키기 바란다.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만나서, Wainwright가 Pujols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miscellany

Furcal과 2년 14M 수준에 계약을 맺는다는데... 신체검사만 남겨놓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Skip과도 2년 계약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Skip은 대략 2년에 4.5~5M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유틸리티맨을 이렇게 비싸게 쓸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것으로 Ryan Theriot의 논텐더는 거의 확정인 듯 하다.

(내용추가 12/15) Skip은 2년 3M에 계약했고, The Riot은 논텐더로 FA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