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vy님의 지난 포스팅에 과거의 강타선을 그리워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2000년대 초반에 카즈 팬질을 시작한 유저들이 많으니 당연한 현상으로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Murders’ Row의 해체 이후 이 팀의 무게중심이 투수진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유망주 육성을 컨셉으로 잡은 다음부터는 거의 노골적으로 투수 중심의 운영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Cardinals는 CBA 개정 이후 폭등한 FA 몸값을 감당할 수 없고, Reggie Sanders 같은 타자를 2년 6M에 쓸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Jocketty에게 조공을 바치던 호구 단장들도 뒷방에 나앉은 지 오래다. 솔직히, 투고타저의 시대에 투수 구장을 홈으로 쓰는 미드마켓에서 검증된 타자를 긁어모으는 게 가능한지조차 모르겠다. 컨텐딩을 지속하면서 재능 있는 타자를 구하려면 이젠 좀 다른 방식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국제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든지, 아니면 Heyward처럼 덜 터진 상태의 덩어리에게 모험적인 계약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보수적인 운영만 고집한다면 타선에 부족한 재능을 투수진의 뎁스로 채우는 모습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다. Taveras의 죽음을 계기로 필자는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막무가내로 Mueller나 믿어보자-_-

St. Louis Cardinals
National League (MLB)

시즌성적 90승 72패 (NL Central 1위, NLCS 1승 4패 탈락)
619 득점, 603 실점 (Pythagorean W-L: 83승 79패)


그 똥타선을 갖고도 기대승수보다 7승을 더 거둔 원동력은 역시 투수진에 있다. 그렇다고 리그 상위권의 스탯을 찍은 건 아닌데(늘리그 팀 방어율 8위), 정확히는 투수진의 힘이라기 보단 피칭 뎁스의 힘이라고 해야겠다. 부상자가 생겨도 그럭저럭 땜빵해줄 자원들이 많이 있고, 퍼포먼스가 떨어져도 해줄 때는 해주는 희한한 컨셉. 다들 익숙하실 것이다.

Starters


로테이션은 3.44의 방어율로 리그 5위를 기록했는데, 후루꾸가 많이 터진 Reds(3.37)보단 낫고 Braves(3.42)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리그 중상위권의 대가리 수준이었달까? 문제는 spot starter들의 난립으로 소화 이닝이 리그 10위에 그쳤다는 것. 2번 이상 등판한 선발만 11명이었다. Kelly, Miller를 보내고 양수기처럼 퍼다 쓴 상위 레벨 뎁스까지 말라가는지라 내년이 걱정이다. 




(B+) Adam Wainwright - '피칭이 즐겁다'는 말과 함께 파죽지세의 초반을 보냈으나 과도하게 축적된 워크로드에 무너지며 혹독한 여름을 보냈다. 사이영 3위를 기록한 누적 퍼포먼스와 9월 반등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부진으로 빛이 바랜 시즌. 7.10까지 떨어진 K/9과 커리어 로우 급의 GB%,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의문 부호를 남겼다는 점에서 내년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 웨이노는 4년 78M의 샐러리가 남아 있고, 팀에는 그의 자리를 대체할 에이스가 없다. 이제는 정말 '즐거운 피칭' 대신 효율을 생각해야 할 때다. 


(B+) Lance Lynn - 웨이노가 부진한 사이 분노조절장애를 극복하며 스텝업에 성공, 명실상부한 2선발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예년과 다름없는 FIP, 커리어 로우를 기록한 K%로 판단컨대 아직은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특히, 포심-투심-커터로 이어지는 패스트볼 사용률이 80%에 육박하는 게 문제. 이런 스타일로 올해와 같은 성적을 또 찍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저 워크호스 3선발의 모습만 보여주면 만족이다.

(B-) John Lackey - 몇 경기 쥐어터지며 그저 그런 스탯을 찍었지만 가을에 의지가 되는 2~3선발의 면모는 충분히 보여줬다. 올해 보여준 구위와 그간의 경험을 고려했을 때, 내년에 급격한 하락을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선수를 최소 연봉으로 쓴다는 건 그냥 꿀이다. 시즌 초반만 제대로 보내면 2년 정도의 적절한 연장계약도 가능할 것 같다.


(C+) Michael Wacha - 스캠에서부터 드러난 체인지업과 제구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망시즌을 보냈다. 등판했을 때 성적은 준수하지만 그저 구위로 윽박질렀을 뿐, 실제 퍼포먼스는 비효율적인 thrower의 그것이었다. 이는 도련님의 프로파일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올해는 커브 연습 실컷 했다 치고 조만간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 카즈 로테이션엔 웨이노의 뒤를 이을 확실한 재능이 나타나야 하는데 역시 이만한 후보가 없다. 희귀 부상만 아니었으면 B-를 줬을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다.

(C) Shelby Miller - 시즌 내내 똥만 싸다가 9월에 바빕신의 가호를 받으며 반등,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애틀로 트레이드 됐다. 건강하게 이닝을 먹어준 것만은 높이 산다. 이제는 그저 행운을 빌어줄 뿐이다.

Carlos Martinez - 땜빵으로 등판해 단 한 번의 QS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내년 로테이션의 강력한 5선발 후보. 슬라이더의 발전으로 K/9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경험치를 먹으며 투심도 손에 익어가고 있다. 특정한 롤 없이 막 굴려 먹은 것에 비하면 제대로 크고 있다. 포텐에 다다르기 위해선 체인지업 발전과 좌타자 상대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1차 브레이크 아웃이 당면했다고 봐도 좋다. 한계가 뚜렷한 마곤보다는 일단 이놈을 밀어주도록 하자.

Jaime Garcia & Joe Kelly
- 물론이다. 던질 수만 있다면 Jaime는 좋은 투수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인마를 전력으로 고려치 않을 것이다. 그냥 적당한 시기에 7~8경기 땜빵이나 해줬으면 한다. 내년이 계약 마지막 시즌으로 바이아웃 포함 9.7M의 연봉을 먹게 된다. 조육삼은 준수한 5선발이자 정감 가는 선수였지만 경험치를 몰아주기엔 애매한 수준이었다. 최소 연봉으로 Lackey를 1년 쓰며 포텐이 더 좋은 투수를 밀어주는 편이 낫다.

Relievers


불펜은 3.62의 방어율로 리그 10위에 그치며 중하위권의 모습을 보여줬다. FIP도 3.61로 10위를 기록했으니 딱 퍼포먼스만큼의 스탯을 찍은 것이다. 오프시즌은 물론, 시즌 중에도 우완 불펜 보강에 극도로 소극적이었으니 당연한 결과. 그나마 니느님 복권이 1등에 당첨되고, 보로지가 BS만은 최소화시킨 덕에 대가는 싸게 치렀다. 이제 뎁스마저 말라버린 상황에 씨맛을 선발로 돌리고 니느님마저 떠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우완 불펜 보강은 이번 오프시즌 Mo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 중 하나다.





(A+) Pat Neshek - 막판 방전이나 플옵에서 얻어 맞은 홈런 두 방은 잊자. 공짜로 줏어와 이 정도면 '성스러운 시즌'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힘들었던 개인사도 지나갔으니 어디서든 좋은 계약을 따내 분유값을 열심히 벌기 바란다.


(B+) Seth Maness - 스캠에서부터 시즌 초반까지 극딜했던 과오를 반성한다. Maness는 시도 때도 없이 등판해 80.1이닝을 쳐먹으며 불펜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GB%가 크게 떨어졌지만(68.4% -> 56%) 어디까지나 작년이 너무 극단적이었을 뿐이다. 올해 역시 12개의 꿀DP를 유도했는가 하면, K%와 BB%는 더욱 좋아졌다. 많은 분들이 메노예의 워크로드를 걱정하시는데, 특유의 효율적인 피칭으로 인해 총투구수는 1093개에 그쳤다(?). 이는 볼질 대장 로작가의 1263개에 비하면 170개나 적으며, 양대리그를 통틀어도 35위에 해당되는 수치로 과도하다고는 볼 수 없다.

(C+) Randy Choate - 특출난 성적을 찍은 것도 아닌 75년생 LOOGY에게 3년 계약을 준 건 여전히 소소한 미스테리로 남는다. 그래도 영감쟁이는 나중에 쩌리 모듬에 이름을 올릴 만한 활약을 했으니 이 계약은 그럭저럭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CS에서의 강렬한 볼질에도 불구하고 좌타자 상대 성적은 .091 .205 .147로 매우 뛰어났다. Mo의 바람과 달리 처분은 힘들겠지만 조금 더 같이 간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잔여 연봉은 3M.

(C) Sam Freeman
– 44회나 출장하며 기회를 잔뜩 받았는데 고질적인 제구 불안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투구 템포가 너무 급해서 영점이 무너지면 복구가 안 된다. 인마는 체인지업, 슬라이더도 그럭저럭 던지는지라 Siegrist보단 약간 나은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좌타자에게 더 약한 리버스 스플릿에 임팩트마저 부족해 우선순위에선 밀릴 것 같다. 참 아쉽다.

(D) Trevor Rosenthal – 그 거지같은 제구로 88%의 세이브 성공률(45/51)을 기록했으니 F학점은 면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로테이션에 진입하기 힘들겠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론 될 일도 안 된다. 여전히 불펜에 두기엔 아까운 재능이다. 아주 강력한 반등을 통해 스스로 자격을 얻기 바란다.

(F) Kevin Siegrist
- 적지 않은 regression이 예견됐으나 이렇게까지 폭삭 망할 줄은 몰랐다. 패스트볼 원피치 투수가 구속은 줄고(95 -> 93.9) 제구는 더욱 막장이 됐으니 안 망하는 게 이상하다. 똥슬라이더가 좋아질 일은 없으니 다시 구속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보여준 게 있어 기회는 많이 받을 것 같다.

Marco Gonzales - 씨맛을 서포트하는 마음에 불펜으로 분류했다. 선발로 나왔을 때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난타당하는 패턴을 반복했지만 릴리버로는 매우 쏠쏠했다. 마이너 경험마저 일천하므로 스윙맨으로 1년을 보내며 제구와 보조구질을 가다듬는 게 나을 것. 자세한 내용은 유망주 리스트에서 다뤄질 테니 이만 패스..

Jason Motte
- TJS 회복 실패로 결국 2년 계약을 홀라당 날려 먹었다. Hanrahan이 디트와 맺은 '1M + 인센티브' 류의 재계약도 괜찮을 텐데 Mo는 전혀 생각이 없는 듯. 직장을 못 잡고 표류하면 막판에 잔류할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우완 불펜 뎁스가 허허벌판인 상황에 이만하면 괜찮은 로또 아닐까?




Posted by jdz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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