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 Tim Beckham(Tampa Bay Rays)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블로그를 만들 때는 나도 매일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결혼한 직장인이 매일 새로운 내용의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한동안 활동이 뜸했는데...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가 다가오고 있으니 드래프트 관련 글을 시리즈로 써볼까 한다.

첫 번째로... 우선 "드래프트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해 보자.

일년에 한 번, 보통은 6월 초에 시행되는 드래프트는... 야구판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공식 명칭은 First-Year Player Draft, 혹은 Rule 4 Draft 이다. 올해 드래프트는 6월 9일에 시작된다.


1. 드래프트에 지명되기 위한 자격

- 미국, 캐나다, 미국령(푸에르토리코 등)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그 밖의 지역(중남미, 동아시아 등)은 드래프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남미나 동아시아의 International Signing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 이전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적이 없어야 한다.

- 고교 재학중인 선수는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없다. 즉, 적어도 학력이 고졸은 되어야 한다.

- 4년제 대학 재학중인 선수는 적어도 3학년을 마쳤거나 나이가 만 21세 이상이 되어야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하다. 단, Division III(대학 3부리그.. 쉽게 말해 대학 스포츠에서 수준이 가장 낮은 리그) 소속의 학교에 재학중이라면, 3학년 이전이라도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 2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선수는 학년과 상관없이 드래프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드래프트의 규모


마이크 피아자(Mike Piazza). 1998년 드래프트 62라운드에 지명되었으나 현재 드래프트 규모가 50라운드로 축소되었으므로, 요즘 같았으면 그는 드래프트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선수층이 얇은 국내 프로야구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 드래프트는 2-3일에 걸쳐서 총 5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옛날에는 라운드가 더 많던 시절도 있었으나... (Mike Piazza가 62라운드 지명이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아무튼 요즘은 50라운드까지 진행되며, 50라운드가 다 돌 때까지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은 일단 Non-Drafted FA가 되는데...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1) 학업을 계속한다. 고졸 선수들은 주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재학 중인 선수들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계속 학교를 다닌다. 대학 4학년의 경우 해당 대학과 "계약"을 하면 대학에 5학년으로 머무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내년 드래프트 시장에 다시 한 번 나오게 되므로, 그 1년 동안 뛰어난 성적을 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

2) Non-Drafted FA로 아무 팀하고나 계약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드래프트에 나왔다가 지명되지 않은 선수와 마음대로 계약할 수 있다. 이런 일은 많지 않다. 계약할 만큼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라면 아마도 50라운드가 도는 동안 지명이 되었을 테니까...

3) 독립리그(Independent League)에 진출한다. 이들 역시 내년 드래프트에 재참가가 가능하다.

4) 은퇴한다. -_-;;;;

30팀이 50라운드를 돌리므로 총 30*50=1,500명이 지명되며, 아래에 설명하겠지만 추가 라운드 및 전년도 미계약에 의한 추가 지명이 발생하므로 실제로는 1,500명을 조금 넘는 지명이 이루어진다. 엄청나게 많이 뽑는 것 같지만,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고졸 및 대학 선수들의 숫자 역시 어마어마하므로, 만만치 않은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3. 드래프트 순서는?


올해 1라운드 1순위 지명이 거의 확정적인 투수 Stephen Strasburg.

지난 해 정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30개 구단을 모두 모아서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NL/AL 어느 리그에 속해 있는가는 상관이 없다. 올해 드래프트의 경우, 작년 성적이 가장 나빴던 워싱턴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는다. 아마도 스트라스버그(Stephen Strasburg)의 지명이 확실시되고 있는데, 에이전트 보라스가 역대 최고의 계약금을 받아내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으므로, 과연 얼마에 계약할지가 관심사이다.


4. 보상 지명권(Compensatory Picks)

메이저리그 구단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보상 지명권을 얻게 된다.

- 오프시즌에서 Type A 선수를 FA로 잃은 경우 : 해당 FA가 계약한 팀에서 1라운드 지명권(Pick)을 받아오고, 1라운드의 추가 라운드(Supplemental 1st Round) 지명권도 하나 얻게 된다. 이 때 FA가 계약한 팀이 작년 시즌에서 하위 15개 팀에 속한 경우, 1라운드 지명권 대신 2라운드 지명권을 받게 된다. (성적이 나빴던 팀의 1라운드 지명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또한 FA가 계약한 팀이 여러 팀의 Type A 선수를 계약한 경우, 작년도 성적이 가장 나빴던 팀이 가장 높은 라운드 지명권을 받게 되고, 이후 성적이 나빴던 순으로 다음 라운드의 픽을 받게 된다.

- 오프시즌에서 Type B 선수를 FA로 잃은 경우 : 해당 FA가 계약한 팀과는 아무 상관없이, 1라운드의 추가 라운드 픽만 하나 얻게 된다.

- 작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나 2라운드 지명자와 계약을 못한 경우 : 올해에 해당 라운드에서 작년보다 한 순서 뒤의 픽을 추가로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워싱턴은 작년에 전체 9번 순위로 투수 유망주 Aaron Crow를 지명했으나, 계약금 문제로 계약에 실패하였다. 이렇게 되면 워싱턴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작년 9번에 1을 더한 1라운드 10번째 픽을 보너스로 갖게 되는 것이다.

- 작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지명자와 계약을 못한 경우 : 3라운드가 모두 종료된 뒤 추가 라운드(Supplemental 3rd Round)의 지명권을 하나 얻게 된다.

* 참고 : Type A와 B는 FA가 된 선수의 랭킹이다. 해당 FA가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 중 상위 20%에 해당하면 A, 20~40%에 해당하면 B가 된다. 예전에는 Type C도 있어서 보상 규정이 더 복잡했으나, Type C는 선수노조(MLBPA)의 요구에 의해 몇년 전 폐지되었다.


5. 추가 라운드 (Supplemental Rounds)

추가 라운드는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Supplemental 1st Round)와 3라운드와 4라운드 사이(Supplemental 3rd Round)의 두 가지가 있다. 추가 라운드의 지명권은 Sandwich Pick이라고도 한다.

추가 라운드의 지명 순서는 일반 라운드와 동일하게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이루어진다. 1라운드 직후의 추가 라운드의 경우 Type A에 대한 보상 지명이 먼저 이루어지고 나서 Type B에 대한 보상 지명이 진행된다.


6. 계약


Scott Boras. 그가 A급 유망주들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각 구단의 드래프트 책임자들에게는 악몽이다.

거의 지명=계약이나 마찬가지인 국내 프로야구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과 지명자 사이에 계약금을 가지고 협상을 벌인다. 지명자는 드래프트 지명를 거부하고 계약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구단은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와 반드시 8월 15일까지 계약을 마쳐야 하며, 이 기간이 넘어가면 계약에 실패한 것이 된다. 단, 대학 졸업반인 선수의 경우는 이 기한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구단은 8월 15일 이후에도 이들과 계약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1라운드 앞쪽에서 지명되는 A급 유망주들은 Scott Boras 같은 악명높은 에이전트를 고용하여 구단을 상대로 가능한 한 많은 계약금을 받아내려고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1라운드 지명자와 계약을 못하면 팜 시스템에 매우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에이전트들과 어려운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졸 유망주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데, 계약에 실패해도 대학에 진학하면 그만이므로 그만큼 레버리지가 큰 것이다. 게다가, 보라스와 같은 에이전트들은 대학 유망주의 경우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계약금을 제시받을 경우 차라리 계약을 거부하고 독립리그에서 1년 뛴 뒤에 내년 드래프트에 다시 나오도록 유망주들을 꼬드기는 경우가 많아서, 구단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7. 드래프트 계약제도의 문제

드래프트 제도는 원래 약체 팀이 상위 선택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좋은 유망주들을 지명하여, 장기적으로 각 구단의 전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러나, 에이전트들이 드래프트에 깊숙히 개입하는 계약 시스템 때문에, 구단들이 1, 2라운드 지명 유망주들과 계약에 실패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트로 인하여, 점점 많은 구단들이 유망주의 진짜 실력이나 가능성보다도 계약이 얼마나 수월한가(Signability)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2007년 고졸 최대어였던 투수 Rick Porcello는 그 재능이나 명성으로 볼 때 1라운드  맨 앞쪽에서 지명되었어야 했지만, 그는 고졸인 데다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였으므로 계약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구단들이 그를 포기하고 다른 유망주를 차례로 지명하였다. 결국 그는 1라운드 27번째까지 떨어져서 디트로이트에 지명되었고, 디트로이트는 그에게 350만 달러의 계약금에 4년간 729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계약까지 얹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여 계약에 성공하였다.

결국, 넉넉치 못한 구단들은 계약금 때문에 좋은 유망주를 지명도 못 하고 포기하게 되고, 돈 많은 구단들이 그들과 계약하게 된다. FA시장이 돈 많은 구단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 드래프트는 적어도 평등한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겠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스턴과 같이 자금력도 있고 선수를 식별하는 눈도 뛰어난 구단은 이러한 드래프트 시스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메이저리그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므로 드래프트 순위는 계속 아래쪽으로 처지게 되지만, 정확한 유망주 평가(evaluation)와 과감한 계약금 투자로 얼마든지 알짜 유망주들을 지명하고 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드래프트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라운드 별로 특정 금액 이상의 계약금은 금지하는 식으로 계약금의 한도를 설정하여 가난한 구단들이 마음 놓고 좋은 유망주를 선택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에서 과연 이러한 규제조치를 만들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이래저래 돈 없는 구단들은 점점 운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이정도로 하고...

다음 글에서는 어떤 유망주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예를 들면 1라운드에 투수를 지명하는 것이 유리한가, 타자를 지명하는 것이 유리한가 라든지, 고졸 유망주와 대학 재학 유망주 중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지명하는 것이 좋은가... 등의 문제이다. 최근 세이버매트릭스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이런 부분까지도 통계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다음 글에서는 최근의 분석 결과를 음미해 보도록 하겠다.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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