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MLB 단장이라면 Roy HalladayJohan Santana 중 어느 투수를 데려가고 싶은가?
김형준 기자님의 블로그(베이스볼+)에 올라온 떡밥(?)이다.


Roy Halladay


Johan Santana

무려 100개가 넘는 리플이 달렸는데... 리플의 분위기는 대체로 Halladay는 이닝이터로서 뛰어나고, 투수로서의 순수한 능력은 Santana가 앞선다는 것이다. 정말 그게 다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투수인 Halladay가 과소평가 되는 듯한 분위기도 맘에 안들고 하여... 이 떡밥을 덥썩 물고 진지하게 두 투수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이미 이 블로그에 올렸던 "FIP란 무엇인가"란 글을 통해서 밝혔듯이, 투수의 승-패 숫자나 ERA(평균자책), WHIP 같은 것은 투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어서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숫자들은 투수 이외에도 팀 수비 능력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이다. ERA가 조정 ERA가 된다고 해도 이러한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전의 글을 보시기 귀찮은 분들, 혹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예를 하나 더 들어 보겠다. 여기 수비 범위(Range)가 넓은 유격수(예: Orlando Cabrera)와 그렇지 못한 유격수(예: David Eckstein --> 지금은 결국 2루수로 전업했지만... 어쨌든 알기쉬운 예를 들기 위해서 그를 선택했다)가 있다. 타자 A가 친 똑같은 안타성 타구가 2루 베이스 근처로 날아갔을 때, 수비 범위가 좁은 Eckstein은 아예 그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안타로 만들어 주었다. 후속타자 B의 적시타로 주자 A가 홈을 밟으면, 이 점수는 마운드에 있던 투수의 "자책점"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Eckstein 대신 Cabrera가 거기 있었다고 하자. 수비 범위가 넓은 Cabrera는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고, 결국 공은 그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어 타자 A는 에러로 출루하였다. 여기서 후속타자 B가 똑같이 적시타를 날려서 A가 홈에 들어오면... 이 점수는 투수에게는 "비자책점"이 된다.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 A에게 똑같이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내주었을 뿐이지만, 수비수들의 능력에 따라서 실점이 자책점이 될 수도 있고 비자책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어떻게 순수하게 투수의 "자책"이 될 수 있는가?

그래서... 이 글에서는 ERA나 WHIP 같이 객관성이 떨어지는 숫자들은 배제하고... 다른 방법으로 Halladay와 Santana를 비교해 보겠다. 참고자료는 세 군데의 세이버매트릭스 사이트(Fangraphs, The Hardball Times, Stat Corner) 및 ESPN을 이용하였다. 비교는 객관적으로 할 것이며, 한 쪽에 유리한 자료만 골라서 편파적인 결론을 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또한, "할러데이는 아메리란리그 동부지구에서 오랫동안 던지고 있다", "산타나는 좌완이니 더 좋다"는 등의 정량적 측정이 어려운 요소는 배제하고 오직 통계 숫자만으로 비교하도록 하겠다.

보통 볼넷 삼진, 피홈런은 수비수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므로, 순수하게 투수의 능력을 보는 지표로 많이 이용된다.
Halladay vs Santana (자료: Fangraphs)
Career K/9 : 6.44 vs 9.33
Career BB/9 : 2.07 vs 2.50
Career HR/9 : 0.75 vs 0.96
Career K/BB : 3.12 vs 3.74


삼진을 잡는 능력은 Santana가 완전히 압도적임을 알 수 있으며, 워낙 삼진을 많이 잡다보니 삼진/볼넷 비율에서도 역시 Santana가 우위에 있다. 그러나 Halladay는 볼넷과 홈런을 적게 내주고 있다. Halladay가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것 이외에 다른 장점이 없다는 주장은 여기서부터 틀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HR/9의 계산에 있어서... 미네소타의 홈인 Metrodome이 토론토의 홈인 Rogers Centre보다 홈런이 적게 나오는 구장임을 보정해서 계산한다면 두 투수 간의 피홈런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2007년 Park Factor에서 피홈런은 Metrodome이 0.751, Rogers Centre가 1.161이었다. 상당한 차이다. 자료: ESPN)


최근 투수에게 강조되는 능력 중에는 첫 번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F-Strike)이 있다. F-Strike의 비율은 투수의 자신감과 제구력, 구위 등을 모두 반영하는 수치이다. 또한 투수가 볼을 던졌는데도 타자가 속아서 헛스윙을 하는 비율(O-Swing)이 얼마나 높은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타자가 배트를 맞추는 비율(Z-Contact)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는 것도 투수의 구위를 판단하는 데 좋은 지표가 된다.
Halladay vs Santana (자료: Fangraphs)
Career F-Strike% : 63.0% vs 64.7%
Career O-Swing% : 26.4% vs 26.7%
Career Z-Contact% : 89.2% vs 80.1%


F-Strike나 O-Swing은 두 투수의 삼진 비율을 감안하면 의외로 별 차이가 나지 않고 있어 놀랐다. 두드러지게 차이가 벌어지는 부분은 바로 Z-Contact인데... 무려 9% 이상 Santana가 앞서고 있다. 즉, Santana는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정면승부를 해도 타자들이 공에 손을 잘 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쯤되면 Pure Stuff 면으로는 Santana의 완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투수의 능력을 비교해 보자. 그라운드볼을 유도하는 능력(GB%)그라운드볼:플라이볼 비율(GB:FB)은 최근들어 크게 각광받고 있는 지표이다. 내야 수비를 활용함으로써 투구수의 부담을 줄이고, 장타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실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Halladay vs Santana (자료: Fangraphs)
Career GB% : 57.0% vs 46.0%
Career GB:FB : 2.36 vs 0.89


GB:FB의 비율에서 두 투수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Halladay가 2.36으로 극단적인 그라운드볼러(Groundballer) 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Santana는 1 미만의 비율로 약간의 플라이볼 피처(Flyball Pitcher)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Halladay의 2.36은 2002년부터의 누적 기록에서 4위에 해당하는 우수한 수치로, Halladay보다 뛰어난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을 보여준 투수는 Brandon Webb, Derek Lowe, Tim Hudson 뿐이다. (자료: Fangraphs)


이제, 세이버매트릭스 진영이 개발한 새로운 스탯들(소위 Advanced Stats)을 통해서 두 투수를 비교해 보자.

참고로 FIP는 이전에 이 블로그를 통해 설명한 바 있고, xFIP는 FIP를 Park Factor에 따라 조정한 것이다. tRA는 기본적으로 Park Factor를 이미 조정한 stat인데, tRA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자세하게 써 보기로 하겠다. 관심이 많은 분들은 여기를 참조. FIP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스탯이다. WAR는 투수의 퍼포먼스가 듣보잡 선수(Replacement Level Player)를 썼을 때에 비해서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나인데... 이것도 여기서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복잡하다. 일단 여기서는 숫자 비교만 하도록 하겠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 특히 WAR의 경우는 김형준 기자님처럼 선발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기간만 뽑아서 계산해 보았다.

여기서 약간의 불공정한 요소가 발생하는데... xFIP는 2004년부터만 자료가 있으며, tRA는 2003년부터 자료가 있다. 2002년과 2003년이 집계에서 제외되는 것은 Halladay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료: FIP,Win Value - Fangraphs, xFIP - The Hardball Times, tRA - Stat Corner)
Halladay vs Santana
Career FIP : 3.52 vs 3.30
Career xFIP(2004~) : 3.56 vs 3.47
Career tRA(2003~) : 2.96 vs 3.61
Career 연평균 WAR(할러데이 2002~08, 산타나 2004~08) : 6.09 vs 6.40


결과는 4대 0. 산타나의 완승이다.

xFIP로 보면 차이는 0.09밖에 되지 않으나, tRA로 보면 0.65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xFIP 0.09의 차이는... 한 시즌에 220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시즌을 통틀어 고작 2실점의 차이이며, 게다가 Halladay가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2002, 03년이 빠져 있으므로, 두 투수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tRA를 기준으로 하면 약 16점으로 분명히 유의미한 차이가 생긴다. WAR를 보더라도 연평균 WAR에서 Santana쪽이 0.31승 앞서고 있다. 결국 Santana 쪽이 더 좋은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이 단장이라면 누구를 데려가고 싶은가?

만약 두 투수의 몸값이 비슷하고, 2년 정도만 계약할 수 있다고 하면... 결론은 확실히 Johan Santana이다. Santana가 더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음은 어떻게 스탯을 들여다보더라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이버매트릭스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Halladay의 숫자들도 충분히 대단한데... Santana가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엄청난 줄은 솔직히 몰랐다. 진짜 위대한 투수이다.


그럼, 두 투수가 모두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 있다면?

Santana는 올해 2천만불($20M)을 받으며, 2010~2013년까지 93M을 더 받고, 2014년에는 25M짜리 Option이 걸려 있다. 이 옵션의 바이아웃이 5.5M이므로, Santana를 데려오면 5년 동안 무려 118.5M의 연봉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Halladay의 올해 연봉은 $14.25M이며, 내년에는 15.75M을 받게 되어 있다. 옵션이나 바이아웃은 없다. Halladay를 데려오면 2년 동안 30M을 지불하게 된다.

2009, 2010년만 따져도 Santana가 Halladay보다 매년 5백만~6백만불씩 더 비싸다. 이 돈을 더 주고 Santana를 선택했을 때 기대되는 팀 승리 추가 정도는... 연평균 WAR를 참고할 때 0.31승이다. 여러분 같으면 5백만불 주고 0.31승을 사오겠는가? 참고로... Fangraphs에 의하면 2008년 FA시장에서 FA와 계약했을 때, 1승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대략 440만불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계산되었다. 그렇다면... Halladay를 선택하고 남는 돈 5백만~6백만불로 다른 곳에 투자하여 업그레이드를 하면 Santana를 선택했을 때보다 1승 정도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Halladay 쪽이 유리하다.

게다가 Santana가 2013년까지 장기 계약이 되어 있고, 투수의 건강은 절대로 장담할 수 없음을 고려하면... 선택은 당연히 Halladay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 단장이라면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결론 :
잠깐만 쓸 수 있고, 돈 문제를 무시할 수 있다면 Johan Santana.
현재의 계약 상태를 고려한다면 Roy Halladay.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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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김홍석 2009.05.11 19:2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의 선택은 무조건 할라데이입니다...ㅋ
    할라데이가 예전처럼 싱킹패스트볼의 비율을 높이기만 하면 산타나보다 뛰어난 투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거든요^^
    지금은 너클커브 등에 더 맛을 들인것 같지만요...

  2. BlogIcon FreeRedbird 2009.05.11 23: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야구타임스와 MLB스페셜의 김홍석 기자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할러데이는 최근들어 점점 (투심)패스트볼의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커브볼을 전체 투구수의 20% 이상 꾸준히 던져주면서... 커터의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네요. 최근 2년간의 GB/FB 비율이 2.0 부근으로 떨어져 버린 것도 투심패스트볼의 사용이 줄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Fangraphs의 데이터를 보면 올 시즌에는 커터의 비율이 무려 46%에 달하고 있네요. 커터를 지나치게 남용하는 것은 부상 확률을 높이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다고 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