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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메트릭스] 그라운드볼의 효과(1)

FreeRedbird 2010. 3. 11. 18:56
그라운드볼은 현대 야구에서 무척 권장되는 덕목 중 하나이다. 그라운드볼은 장타를 덜 허용하며, 병살의 가능성을 높여서 궁극적으로 실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raw stuff가 부족하여 탈삼진을 충분히 잡아내지 못하는 투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로 알려져 있다.

정말 그렇게 그라운드볼은 좋기만 한 것일까? 좋다면 얼마나 좋은 것일까?

얼마 전, Fangraphs의 Matthew Carruth는 5편에 걸쳐서 그라운드볼에 관한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었다.
링크: 1 2 3 4 5

글이 5편이나 되지만 짧은 글들이므로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원문을 한 번씩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그라운드볼이 플라이볼 보다 유리하며, 이왕이면 그라운드볼을 많이 유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므로,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2009년 AL을 대상으로 한 Carruth의 연구에서도, 플라이볼은 그라운드볼보다 몇 배나 실점을 많이 자초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Carruth도 지적하고 있지만, 이러한 차이는 주로 홈런에 기인하는 것이다. Tom Tango의 연구에 의하면, 플라이볼에서 홈런을 제외하고 나면 그 가치는 그라운드볼과 비슷해진다. 홈런을 빼고 생각하면, 투수가 플라이볼을 내주나 그라운드볼을 내주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플라이볼은 장타로 연결될 확률이 높지만, 그라운드볼에 비해 아웃이 되기도 쉽다. 또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인데, 그라운드볼은 내야 에러의 확률을 높여서, 타자가 에러로 출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수비수들의 능력이나 주자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참고로, FIP가 그라운드볼 비율 같은 것을 아예 계산에 넣지 않으면서도 여러 테스트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미 피홈런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그라운드볼/플라이볼 비율을 무시하더라도 괜찮은 것이다.

널리 퍼져있는 생각 중 하나는, "그라운드볼 투수가 실투를 하여 높은 공을 던지면 오히려 장타가 될 확률이 더 높다"라는 것인데, Carruth의 2편을 읽어 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라이볼 중 홈런 비율, 라인드라이브 중 홈런 비율은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과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R-square 값이 0.01 혹은 0.02에 불과함을 주목하자.

재미있는 것은, 3편에서 보여주듯이 "플라이볼을 허용한 경우의 장타율"은 그라운드볼 유도 비율이 높을 수록 올라가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높은 그라운드볼 비율로 인해 외야수들이 전진수비를 많이 함으로써 플라이볼이 오히려 장타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나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4편은 그라운드볼 비율과 삼진/볼넷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그라운드볼 비율이 높을 수록 삼진과 볼넷이 모두 약간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역시 형편없이 낮은 R-square 값을 고려할 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5편에서 그는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은 다음 항목과 무관하다.
- 플라이볼/라인드라이브 허용시 홈런이 될 확률
- 삼진 비율
- 볼넷 비율
- 라인드라이브의 장타율(SLG)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은 다음의 영향을 미친다.
- 플라이볼의 장타율 상승
- 팝업(내야플라이) 감소
- RBOE(에러로 타자가 출루) 증가
- 피홈런 감소
- FIP 및 RA(실점) 감소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이 영향을 미치는 항목에서... 내야플라이나 피홈런이 감소하고 RBOE가 증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다만, FIP와 RA가 감소하는 것은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되기는 하는데... Carruth의 그래프를 보면 역시 R-square가 너무 낮게 나타나고 있어서, 이렇게 결론을 함부로 내려도 되는지 조금 의문이다. (FIP의 R-square는 0.07, RA는 0.02에 불과하다)

그라운드볼을 많이 유도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RBOE의 증가로 어느 정도 상쇄되는 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2006년에 The Hardball Times의 David Gassko가 보여준 바 있다. Derek Lowe의 예에서 알 수 있듯, RBOE로 인한 실점은 비자책점으로 기록되므로, 그라운드볼 투수들이 오히려 ERA에 의해 과대평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라운드볼 투수를 FIP가 과소평가한다는 널리 퍼진 견해와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또한, FIP 및 RA에 대한 낮은 R-square값으로 볼 때, 삼진이나 볼넷 등 다른 기록을 무시한 채 그라운드볼 비율 하나만으로 투수의 실점 방어 수준을 설명하기는 무리인 것으로 판단된다. 요컨대, 그라운드볼을 많이 유도하는 것은 미덕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위에서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그라운드볼에 대한 의문점들에 대해서, 나 스스로 추가적인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정리가 되면 추가로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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