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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메트릭스] LI(Leverage Index) :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

FreeRedbird 2010. 1. 18. 18:15
앞에서 "WPA(Winning Probability Added)"를 살펴본 바 있다.

WPA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평가이다. 어떤 이벤트(홈런, 병살, 삼진, 볼넷 등...)가 벌어졌을 때, 그 이벤트로 인해 해당 팀의 기대 승률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통해, 해당 이벤트가 승부에 끼친 영향력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승부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의 정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타자의 타석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이벤트들과 그들로 인하여 변하게 되는 WPA의 변화 정도를 가중 평균하면 해당 타석에서 평균적으로 일어나는 WPA의 변화 수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특정 순간이 승부에 미치는 중요도, 즉 LI(Leverage Index) 이다.

WPA나 LI는 Tom Tango의 발명품이므로, 그가 The Hardball Times에 직접 기고한 예를 가지고 LI를 이해하여 보자.

9회 초, 홈팀이 원정팀에 3점 차로 앞서 있다. 노아웃에 주자 1, 2루. 원정팀이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러한 상황에 놓인 홈팀이 결국 이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확률은 경험적으로 0.841이다. 예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여기에서 원정팀의 타자가 타격을 했을 때, 결과는 안타와 삼진 밖에 없다고 하자. 안타를 치면 원정팀이 1점을 득점하며, 상황은 무사 1, 3루로 바뀐다. 반면, 삼진을 당하면 1사 1, 2루가 된다. (Tango의 예에서는 "안타"와 "주자가 진루하지 않는 아웃"이므로, 그냥 아웃을 삼진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타자는 33%의 확률로 안타를 치고 67%의 확률로 삼진을 당한다고 하자.

이 타자가 안타를 쳐서 2점차에 무사 1, 3루가 되면, 홈 팀의 WPA는 0.701로 내려가게 되어 원래 WPA에서 0.140이 감소한다. 반면, 이 타자가 삼진을 당해서 3점차에 1사 1, 2루가 되면, 홈 팀의 WPA는 0.910으로 올라가게 되어 원래 WPA에 비해 0.069가 증가한다.

이제 각각의 이벤트에 대해 발생 확률과 기대 승률의 변화 정도를 가지고 가중 평균을 구해 보자.

0.33 * 0.140 + 0.67 * 0.069 = 0.09243

이것이 바로 이 타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WPA의 변화 수준이다. 이 계산 과정에서 WPA의 변화 값의 절대값을 사용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홈팀이 유리해졌는지, 불리해졌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오직 승부가 얼마나 크게 변할 수 있는가만 살펴보는 것이다.


이 0.9243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Tom Tango와 동료들은 1999-2002년 4년간의 메이저리그 전체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을 해 보았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에서 한 타석의 평균 WPA 변화 수준은 0.0346으로 나타났다.

앞의 타석은 평균적인 상황에 비해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0.09243 / 0.0345 = 2.7

이 상황은 메이저리그의 보통 타석에 비해 2.7배 WPA를 많이 변화시킨다, 즉 2.7배 중요한 타석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LI(Leverage Index) 이다. 정의에 따라, LI의 평균값은 1이 된다. 1보나 낮으면 평균보다 덜 중요한 순간이며, LI가 1보다 클 수록 게임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이 된다.


물론 실제로 특정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이벤트는 1루타와 삼진 이외에도 무척 많다. Tom Tango와 동료들은 각각의 상황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의 LI를 계산해서 표로 만들었다.

표 링크

표에서 회색은 보통의 LI, 파란색은 1.5 이상의 높은 LI(중요한 상황), 빨간색은 매우 높은 LI(매우 중요한 상황)임을 나타내며, 아무 색깔이 없는 상황은 낮은 LI이다. 야구에서 LI가 가장 높은 상황, 즉 한방으로 승패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상황은 9회말 2사 만루에서 홈팀이 1점 뒤져 있을 때 임을 알 수 있다.  왜 2사 만루 동점이 아니고 2사 만루 1점차 상황일까? 2사 만루 동점일 때보다 1점 뒤져 있을 때가 홈 팀의 WPA가 낮지만, 안타 한 방이면 역전승(=홈팀 WPA 1.000) 하는 것은 거의 마찬가지이므로, 1점 뒤져 있을 때의 WPA 변화 정도가 더 큰 것이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은 특히 마무리투수의 기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다. 9회초 무사, 주자 없음, 홈팀 3점 리드인 상황에서 마무리투수가 등판하면, 이 때의 LI는 0.2에 불과하다. 어쨌든 이 투수가 아웃 3개를 잡으면 세이브가 기록된다. 하지만, 예를 들어 8회초 무사, 주자 만루, 홈팀 2점 리드인 상황의 LI는 4.1로 매우 높다. 이런 훨씬 중요한 순간에 왜 클로저를 안 내보내고 그보다 구위가 떨어지는 셋업맨을 내보내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세 가지 이다. 우선 팀 동료들과 감독 본인에게 끼치는 심리적인 효과이다. 어쨌든 가장 좋은 릴리버가 경기 맨 마지막을 책임짐으로써 뒷문을 든든하게 잠가 주는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선수들과 감독 자신이 받는 이런 심리적 안정감은 의외로 큰 모양이어서, 한때 Red Sox가 Bill James의 충고에 따라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용하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셋업맨이 8회에 경기를 날려 버리면 클로저는 나올 기회조차 없지 않은가? -_-;;; )  두 번째는 클로저 본인의 자존심이다. 클로저들은 자신들이 경기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이러한 기회를 빼앗기게 되면 불만을 표시하거나 트레이드를 요청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감독이 스스로 비난을 자초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9회의 "세이브 상황"에 클로저를 내보내서 클로저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 그것은 클로저가 불쇼를 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선수에게 비난이 집중된다. 감독은 정해진 역할에 따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반면, 7회나 8회 노아웃 만루의 위기 상황에 클로저를 내보내 일단 불을 끈 후 9회에 셋업맨을 올렸다가 경기를 날린 경우, 비난의 화살은 주로 등판 순서를 바꾼 감독에게 집중된다. 감독이 굳이 이런 식으로 스스로 욕먹을 짓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Fangraphs에서는 구원투수가 게임에 들어설 때의 LI를 gmLI, 강판될 때의 LI를 exLI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다. 릴리버의 gmLI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이 그 투수를 믿고 위기상황에서 많이 내보낸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오프시즌에 Fernando Rodney가 37세이브 1블론의 일견 그럴싸해 보이는 기록 덕분에 Angels와 2년 11M의 짭짤한 계약을 챙길 수 있었다. 이러한 높은 세이브 성공률은 Tigers의 Leyland 감독의 철저한 관리 덕분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의 gmLI를 확인해 보면 1.44에 불과하여 규정이닝을 채운 MLB 릴리버 중 38위에 불과하다. 다른 팀의 클로저 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셋업맨들(Mark Lowe, Jeremy Affeldt, Nick Masset, Luke Gregerson, Phil Hughes, Grant Balfour) 보다도 gmLI가 낮은 것이다. 그가 어렵지 않은 상황에 많이 등판하여 쉬운 세이브를 많이 챙겼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2년 11M 계약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오버페이이다.


Today's Music : Rainbow - Kill the King (Live)



7-80년대를 풍미했던 Ritchie Blackmore(guitar), Ronnie James Dio(lead vocal), Cozy Powell(drums)의 전설적 뮤지션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영상. 명불허전의 퍼포먼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