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 글은 Viva El Birdos에 올라온 Chuckb의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임을 밝혀 둔다.)


지난 오프시즌에 Cardinals는 1년 계약이 남아 있던 Adam Kennedy를 방출 조치했다. 물론 남아있던 연봉 4.5M은 방출되더라도 계약대로 전액 지불해야 했다. (영어로는 "the team decided to eat his salary" 라고 표현한다. 연봉을 먹어 버리기로 결정했다니... 재미있는 표현이지 않은가?)


Adam Kennedy(오른쪽) : 올 시즌 오클랜드에서 .323/.397/.508로 펄펄 날고 있다. 물론 BABIP가 .346으로 운이 따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것 참... -_-;;

Kennedy는 이후 아무도 메이저 계약을 제안하지 않아 결국 Tampa Bay Rays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고, 그리고도 다시 Oakland A's로 팀을 옮겨야만 했다. 즉 오프시즌에 Cardinals가 그를 트레이드하고 싶었더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어쨌거나, 타석에서는 별 도움이 안되는 Kennedy였지만 수비는 꽤 안정적이었기에, 그가 떠난 빈 자리는 제법 커 보였다. 팀 내에 2루수라고는 2008년에 타석에서 완전히 삽을 푼 Brendan Ryan이나 아마도 AAAA 플레이어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Jarrett Hoffpauir, 저니맨 듀오 Brian Barden/Joe Thurston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FA였던 Orlando "O-Dog" Hudson과 계약을 하거나 트레이드로 Kelly Johnson, Ben Zobrist 등을 데려오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으나... 구단 프런트는 2루수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대신 아주 참신한 해결 방법을 고안해 냈다. 외야수 Skip Schumaker를 6~7주간의 Spring Training 동안 지옥훈련을 시켜서 2루수로 개조하는 것이었다...!!!


"2루수" Skip Schumaker의 수비 장면

이 방법은, 1. 안그래도 남아도는 외야수의 숫자를 줄이고, 2. 2루수 빈 자리를 메꾸며, 3. 마땅한 다른 리드오프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Skip Schumaker를 계속 라인업에 포함시켜 리드오프로 활용할 수 있다.. 는 1석 3조의 방안이었다. 문제는 과연 2001년 프로 데뷔 후 8년 동안 한 번도 내야 수비를 해 본 적이 없는 외야수 Skip Schumaker가 겨우 6주만에 쓸만한 메이저리그 2루수로 전업하는 일이 가능한가였다.

Schumaker는 다행히 그럭저럭 괜찮은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고,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몸을 던져서 최선을 다하는 허슬 플레이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이러한 모험을 감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여기에는 아마도, 성공적으로 2루수가 되면 훨씬 더 긴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본인 나름의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타격 능력은 코너 외야수로는 좀 부족하기 때문에...

이제 시즌이 개막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팀을 위해 2루를 맡아서 열심히 뛰는 모습은 아름답긴 하지만... 과연 이 실험은 잘 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수비 실력을 보면...
UZR/150 : -24.5 (NL 최하위)
RZR : .777 (NL 뒤에서 3등)


공신력을 고려할 때 Fielding Bible의 +/- 도 참고하면 좋겠지만 이쪽은 유료 컨텐츠여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숫자는 이정도이다. 하나는 꼴등, 하나는 뒤에서 3등이라니 설명이 필요없는 한심한 수준이지만, 올해 처음 2루수를 맡게 되었음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처음부터 각오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의 공격력은? 수비에서 까먹는 점수를 공격에서 벌어야 얘기가 되는데...

현재까지 올 시즌 타격 성적을 보면... .280/.327/.386 으로 OPS는 .713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NL 2루수 13명 중 9위에 해당하는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세이버 스탯을 보아도 wOBA는 .314에 불과하고, wRAA는 -2.9로 음수이다. 즉 타석에서도 점수를 까먹고 있는 것이다...!!

Fangraphs는 참 편리하게도 선수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반영한 Win Value 값을 자동 계산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숫자들이 공짜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이 두 달 지난 시점에서 Schumaker의 Win Value를 보면... RAR이 -6.4, WAR이 -0.6이다. 1년 내내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략 WAR -2 정도가 될 것이다. 이것은 AAA나 웨이버를 통해 듣보잡 선수를 2루에 기용하는 것과 비교해서 오히려 1년에 2승을 까먹고 있다는 뜻이 된다...!!!  OTL....

굳이 세이버 스탯을 보지 않더라도, 현재 Cardinals 팀 타선에서 Schumaker의 역할은 리드오프인데.. 1번타자의 OBP가 .327에 불과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안그래도 Duncan, Ankiel, Ludwick 등의 집단 삽질로 팀 전체가 빈곤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1번타자가 출루마저 못하고 있으니 점수를 낼 수가 없다. Pujols 혼자 타격을 다 맡아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신한 시도였고, 의미있는 실험이었지만...
이제 그만 할 때가 된 것 같다.

올 시즌 컨텐더로 남아 있고 싶다면, 외부에서 좋은 2루수를 영입해서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적절한 트레이드 상대를 찾지 못한다면, 단순히 Brendan Ryan을 2루에 주전으로 기용하고 Schumaker를 외야 유틸리티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수비에서 많은 업그레이드가 있을 것이다. 이정도만 해도 연말까지 적어도 1~2승은 더 거두게 될 듯 한데, 컨텐더에게는 1~2승의 차이도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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