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09 Draft : 6/9 ~ 6/11

원래 드래프트 관련 포스트는 시리즈로 여러 편에 걸쳐서 자세하게 쓰려고 했던 것인데..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어느새 드래프트가 코앞으로 다가와 버렸다.
미국 시간으로 9일에 시작하니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10일 오전이 될 것이다.
이틀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옛날에 Mike Piazza가 62라운드에 지명되었던 것처럼... 늦은 라운드에서 보석을 발굴하는 일이 가끔 있지만... 그런 보석이 눈에 띄게 되는 것은 드래프트가 한참 지나고 난 뒤의 일이고... 드래프트 당일에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역시 1라운드를 비롯한 최상위 라운드에서 각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어떤 구단은 포지션에 상관없이 무조건 가장 재능이 뛰어난 유망주를 드래프트하는 반면, 어떤 구단은 가장 시급하게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 위주로 드래프트한다. 어떤 구단은 대학 출신 유망주를 선호하는 반면, 어떤 구단은 고등학교나 2년제 대학 출신에 더 많이 투자한다. 어떤 구단은 1라운드에서 투수를 많이 지명하는 반면, 어떤 구단은 주로 타자를 뽑는다.

구단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또 각 구단의 유망주에 대한 철학이나 마이너리그 운영 방침이 다르므로, 절대적으로 항상 옳은 유일한 방법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드래프트를 분석해서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분석해 보면,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세이버메트릭스 진영에서는 최근 이러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이 글에서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2부에 걸쳐 소개해 보고자 한다.


누구를 먼저 뽑는 것이 좋은 전략일까??


아마도 이 방면의 선구적인 연구는 The Hardball Times에서 활동하는 Victor Wang의 논문일 것 같다. PDF 포맷이고 다운로드가 가능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위의 링크를 눌러서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라며...

이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WAB(Wins Above Bench)라는 개념의 이해가 필요하다. 어떤 플레이어 A의 WAB가 +3 이라는 것은... A를 한 시즌 내내 선발 출장 시켰을 때와 A 대신 벤치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들로 시즌 내내 돌려막기 했을 때를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대략 3승 정도의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얘기해서... A가 시즌 내내 선발 출장해서 90승을 올린 팀이 있다면... A 대신 1년 내내 벤치워머들로 땜방했을 경우 이 팀은 아마도 87승에 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요즘 흔히 쓰이는 WAR 대신 WAB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Victor Wang의 논문에 언급이 되어 있다.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설명은 생략. 관심있는 분들은 논문을 직접 읽어보시고... 이런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오프시즌에 Type A FA를 계약했을 때의 이익과 그로 인해 잃어버리게 되는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의 손실을 비교하여 이해득실을 따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오늘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단지 "드래프트에서 누구를 먼저 뽑는 게 유리할까?" 일 뿐이므로, 계산의 근거값은 중요하지 않으며, 상대적인 값만 참고하면 된다.

Victor Wang은 해당 유망주가 성장하여 메이저리거가 된 후의 연평균 WAB 값이 마이너스이면 "Bust(완전실패)"로, 0~2이면 "Contributor(롤 플레이어/비주전 선수)"로, 2~4면 "Everyday Player(주전 선수)"로, 4 이상이면 "Star(스타 플레이어)"로 등급을 나누었다. 연평균 WAB 값이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는 벤치워머보다도 활약이 못하다는 것이므로, "완전실패"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분석 대상은 Baseball America가 매년 발표하는 TOP 100 유망주 리스트이며, 기간은 1990-1999년의 10년간이다. 이들이 FA시장에 나가기 전인 데뷔 후 6년간의 WAB를 가지고 계산하여 비교해 보았다. 과연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였을까?

아래 표를 보자.

포지션 유망주 순위 완전실패  비주전  주전  스타  WAB*
타자  1~10위  10%  50%  25%  15%   10.9
 11~25위  21%  50%  20%  9%     7.9
 26~50위  35%  45%  12%  8%     6.4
 51~75위  45%  38%  15%  3%     4.5
 76~100위  43%  45%  10%  3%     4.0
투수  1~10위  31%  62%  4%  4%     4.3
 11~25위  32%  53%  12%  3%     4.4
 26~50위  33%  51%  14%  2.5%     4.4
 51~75위  39%  54%  6%  2%     3.4
 76~100위  43%  50%  5%  2%     2.9
* WAB는 6년간 WAB 합계의 평균임. 6년인 이유는 6년이 지나면 FA가 되어 팀이 바뀌기 때문.

놀랍지 않은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모두 합친 유망주 리스트에서 TOP 10위 안에 들어 있는 투수 유망주라고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스타급 투수가 될 확률은 고작 4%이다...!!! 보통 이상 되는 그럭저럭 쓸만한 메이저리그 투수(주전)가 될 확률까지 합쳐 봤자 고작 8%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TOP 10 투수 유망주 10명 중 쓸만한 메이저리그 투수는 10명 다 합쳐도 그 중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것이다....!!!  "완전실패"가 무려 31%에 달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타자 유망주를 보면... TOP 10 타자 유망주들은 장래에 15%가 스타 플레이어가 되었고, 25%는 주전급 메이저리거가 되었다. 적어도 40%는 주전급 이상의 우수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6년간 WAB의 합을 보아도 10.9 vs 4.3으로 타자 쪽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그 이하의 11~25위, 26~50위 등을 비교해 보아도 결과는 명백하다. 즉 타자 유망주가 훨씬 안전하며, 투수 유망주는 망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또한, 투수 유망주의 경우 1~10위나, 26~50위, 51~75위의 평균 WAB 값이 거의 똑같다. 이것은 투수 유망주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드래프트에 적용하면 어떨까? 1라운드 지명자들은 대개 100만 달러 이상의 높은 계약금을 요구한다. 위의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계약금 요구 수준이 비슷하다면 타자 유망주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대값이 훨씬 높은 것이다.


Victor Wang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드래프트 지명자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누어서 비교 분석을 수행하였는데, 이 연구는 올해 2월에 The Hardball Times에 게재되었다. 4개 그룹은 "대학 타자", "대학 투수", "고교 타자", "고교 투수" 이며, 이들을 다시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2라운드 지명, 3라운드 지명 별로 나누어서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 비교해 보았다. 비교에는 이전 연구와 동일하게 WAB를 척도로 사용하였다. 단, 여기서는 WAB 합계가 아니고, 이들이 메이저리거가 된 뒤의 연평균 WAB를 비교 대상으로 하였다.

연평균 WAB 비교:
 구분  1라운드 지명  2라운드 지명  3라운드 지명
 대학 타자  0.76  0.2  0.04
 고교 타자  0.75  0.14  0.1
 대학 투수  0.49  0.18  0.11
 고교 투수  0.35  0.16  0.08
* 1st Supplemental Round 지명자는 2라운드 지명에 합쳐서 계산되었다.

1라운드 지명자들의 차이는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타자 유망주들의 성적은 투수 유망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특히 고교 투수 그룹과 비교하면 타자들은 2배 이상의 평균 성적을 내 주고 있는데, 통계적인 오차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확연한 차이이다. 다만 2라운드나 3라운드로 가면 이러한 차이가 많이 희석되고 있으며, 특히 3라운드에 가면 오히려 투수들이 약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통계적으로 볼 때 최악의 1라운드 지명은 고졸 투수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졸 투수는 소위 "high risk, high return" 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으며, 진정한 에이스를 얻으려면 고졸 투수를 지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야구팬들 사이에 널러 퍼져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생각은 편견임이 드러난다. 단지 리스크만 클 뿐, 기대값이 형편없는 것이다. 기대되는 연평균 WAB 값이 타자 유망주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데다가, 고졸 유망주의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레버리지가 있기 때문에 대학 유망주에 비해 계약금이 더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은 많이 들고 기대값은 낮으니 최악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Zack Wheeler, RHP, East Paulding HS.
Tyler Matzek와 함께 올해 고졸 투수 최대어로 꼽힌다.
바로 이런 유망주를 1라운드에서 지명하지 말라는 말이다...!!!


(2부에서 계속)
Posted by FreeRed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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